"이산가족 상봉"…제주 100세 할머니의 마지막 꿈

"이젠 안 보고 싶어요. 보고 싶어도 희망이 없으니 일부러 생각을 안해요. 그래도…."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황도숙(100·제주시 외도동) 할머니에게 오는 25∼30일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마지막 남은 기회다.

지난해 백수를 넘긴 황 할머니는 이북에서 생사조차 모르는 부모와 남동생을 만나려고 60년을 넘게 기다려왔지만 매번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까 봐 일부러 내색도 하지 않는다.

황 할머니의 고향은 함경북도 청진시 해방동.

그곳에서 아버지 황윤보씨와 어머니 김계순씨, 그리고 큰동생 황충군(90)씨, 막냇동생 황운산(대략 85)씨와 함께 살았다.

헤어져 산지 너무나 오래돼 동생들의 나이는 물론 아버지와 어머니의 나이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경찰이던 남편 박창훈(1950년대 말 작고)씨와도 이북에서 만나 결혼을 한 뒤 잠시 만주에서 살았다. 그러다 6·25 전쟁이 났고 1950∼1951년 1·4 후퇴 때 국토 최남단 제주도까지 내려와 살게 됐다.

먼저 제주에 온 남편을 찾아 황 할머니는 혼자서 딸과 아들을 데리고 몰래 차도 얻어타고 끼니도 어렵게 구해 먹이며 고생 끝에 제주에 와 정착하게 됐다.

제주에서 초등교사 생활을 했던 황 할머니는 지난 1983년부터 이산가족 신청을 했지만 단 한 번도 아버지와 어머니는 물론 남동생 2명의 생사조차 모른 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아픈 근현대사의 산 증인인 셈이다.

외손녀 이은희(40)씨는 "5년 전 어머니(박금란씨)가 돌아가신 이후로 부쩍 눈물을 흐리실 때가 많아지셨다"며 "할머니는 이북에 계신 남동생 찾을 기대감에 부풀었다가 실망하게 될까 봐 일부러 내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남북은 지난달 29일 오전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생사확인 의뢰서를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교환했다. 양측은 오는 13일 이산가족의 생사확인 결과가 담긴 회보서를 주고받고 사흘 뒤인 16일 이산가족 상봉 최종명단을 교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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