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풀린 대구 여대생 '정은희 사건의 전말'

스리랑카인 3명에게 납치돼 집단 성폭행 당한 뒤 트럭에 치어 사망

대학 축제에서 술을 마신 뒤 사라졌다 고속도로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대구 여대생 정은희(당시 18세) 사건의 진상이 15년 만에 밝혀졌다.

당시 경찰은 단순 교통 사고로 결론내렸지만, 숨진 정 양은 교통사고 직전 외국인 노동자 3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이형택)는 5일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스리랑카인 K씨(46)를 구속 기소하고 위치추적장치 부착 명령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스리랑카 현지에 체류중인 공범 2명을 기소 중지했다.

정 양 사건은 1998년 10월 16일 발생했다.

당시 18살로 간호사를 꿈꾸며 대구 모 대학 1학년에 재학중이던 정 양은 축제 중 대학 캠퍼스 안의 주막촌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셨으며, 함께 술을 마시던 같은 동아리 친구 P군이 만취하자 밤 10시30분쯤 친구를 바래다 주겠다며 교문을 나섰다 소식이 끊겼다.

이후 P군은 당일 밤 11시쯤 학교 근처에서 정신을 차렸지만 정양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P군은 정 양의 무선호출기(속칭 삐삐)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응답이 없자 집에 갔을 것이라 생각하고 귀가했다.

그런데 소식이 없던 정 양은 6시간 여만인 다음날 새벽 5시쯤 학교에서 7.7km 가량 떨어진 구마고속도로에서 23t 덤프트럭에 치여 숨졌다.


술취한 정 양이 어떻게 그 곳 까지 갔으며 왜 교통사고를 당했는지 당시에는 미스테리로 남았다. 그런데 15년이 지난 뒤 사건의 전말이 밝혀졌다.

술에 취한 정양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고 이런 모습을 스리랑카 국적의 산업연수생들 3명이 주변에서 지켜보고 정 양을 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 한 공단에서 일하던 K씨 등 스리랑카인 3명은 몹쓸 짓을 하기로 작정한 뒤 정양을 자신들이 갖고 있던 자전거 뒷자리에 태웠다.

1명은 자전거를 끌고, 나머지 2명은 정양을 뒷자리에 태운채 떨어지지 않도록 양쪽에서 부축하면서 인근 구마고속도로 아래 굴다리 근처로 끌고 갔다.

당시만 해도 범행 장소 주변은 개발이 되기 전이어서 대부분 논이나 밭이었고 인적이 드물었다. 이들은 정양을 성폭행한 뒤 현금과 학생증을 빼앗아 달아났다.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정양은 현장을 빨리 빠져 나와 도움을 청하는 심정으로 고속도로 위에 올라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깜깜한 밤이어서 방향 구분이 힘들었던 탓에 정양은 고속도로 중앙분리대를 넘었고 때마침 시속 100㎞로 달리던 덤프트럭에 부딪혔다.

당시 트럭 운전사는 "정양이 중앙분리대를 넘어와 무단횡단하다가 트럭에 치였다"고 진술했다.

한편, 15년 가까이 숱한 의혹만 남긴 채 영구미제로 묻힐 뻔한 사건은 정양 속옷에서 검출한 남성 정액 DNA와 같은 DNA가 지난해 9월 발견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 2010년 청소년에게 원조교제를 제안한 혐의로 기소된 K씨의 DNA를 수사기관이 보관하고 있었던 것.

검찰관계자는 "유족은 이들이 딸을 강간, 살해한 뒤 교통사고를 당한 것처럼 위장했다고 의혹을 품지만, 시신 부검 재감정 등 다각도로 확인한 결과 정양이 23톤 덤프트럭에 들이받기 직전 생존해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양이 도움을 요청하려고 고속도로에 뛰어들었는지 아니면 성폭행범들을 피해 다급하게 달아나려다 고속도로에서 변을 당했는지는 정확히 알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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