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제명' 새누리당 바람대로 될까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 요건, 야당 협조 없이는 불가능

지난 5일 오후 경기도 수원 남부경찰서에서 이석기 의원이 수원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새누리당이 6일 내란음모 혐의를 들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제명'을 요구하는 징계안을 냈다. 이미 비례대표 경선부정의 책임에 따라 자격심사안이 제출돼 있는 이 의원을 이중으로 압박하고 나선 셈이다.

새누리당은 제명안 제출이 "사법적 판단과 별개로 대한민국과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는 종북세력과는 더 이상 국회에서 국정을 논할 수 없다는 생각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새누리당 바람대로 이 의원의 제명안이 원만히 처리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관건은 야당의 협조다.

당장 국회 윤리특위에서 제명 요구 징계안이 원안대로 처리돼 본회의에 넘어가게 될지 알 수 없다. 국회의원의 징계는 '공개회의에서 경고'에서 '제명'까지 사안에 따라 4단계로 나뉘는데, 특위에서 제명보다 징계 처분이 완화될 여지가 있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법에 제명안이라는 것은 없고 징계안만 있을 뿐인데, 심사는 윤리특위의 고유권한이므로 새누리당의 요구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윤리특위에서 제명으로 징계가 확정돼도 다음 단계인 본회의 표결이 또 다른 관문이다.


국회의원의 제명은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필요로 하고, 이는 헌법에 규정돼 있다.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을 요하는 사안은 헌법개정이나 대통령의 탄핵소추 등 중차대한 문제들이다.

새누리당 의석은 과반(153석)이긴 해도 3분의 2(199석)에는 모자란다. 따라서 민주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은 대야 압박 전술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에서 야당의 반발만 키울 소지가 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야권연대라는 미명 하에 이석기 등 종북세력이 국회에 들어오게 한 원죄를 씻기 위해서라도 제명 징계안에 적극 동참하라"고 밝혔다. 윤상현 원내수석도 당내 회의석상에서 민주당의 '원죄론'을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야권은 이에 따라 새누리당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고의로 '비협조'를 유도해 공안정국 장기화를 꾀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날 민주당은 "징계안 처리는 절차적 정당성을 지켜야 한다. 새누리당이 이번 사건으로 공안몰이를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정의당은 "새누리당이 국회 안에서 상식을 뛰어넘는 종북 매카시즘으로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고 각각 비판하고 나섰다.

한편 "이 의원이 제명돼도 같은 정치성향의 통진당 후순위 비례대표 후보가 의원직을 승계하므로,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정치권 일각의 지적도 새누리당의 징계안 추진에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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