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조선해양은 9일 이사회를 열고 채권단이 추천한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과 류정형 STX조선해양 부사장의 신규 이사 선임안을 의결 처리했다.
STX측의 강한 반발로 당초 표 대결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결과는 만장일치 통과였다. 오는 27일 주주총회에서 확정되는 절차가 남아있지만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이 STX 조선해양의 대표이사를 맡게 된다.
1시가 가량 진행된 이날 이사회에서 일부 사외이사는 강 회장에게 재기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으나 강회장의 선택은 채권단의 뜻을 따른다는 것이었다.
STX 관계자는 “강회장이 경영에 책임을 지고 채권단의 뜻을 따르겠다, 채권단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이사들에게 표명했다”고 전했다. 부실 경영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나 사실성 사임 의사를 밝힌 셈이다.
채권단의 압박에 따라 강 회장은 이번 STX 조선해양에 이어 STX 중공업과 STX 엔진, (주)STX 등 다른 계열사 경영권도 내놓을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강회장이 STX 그룹 전체에서 배제되는 수순을 밟아가는 셈으로, 대한민국의 역동성을 상징하던 ‘샐러리맨 신화 중의 신화’가 함께 무너지는 것이다.
강 회장은 상업고등학교와 야간대학 학력으로 지난 1973년 쌍용그룹 계열사인 쌍용양회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외환위기의 여파로 외국 자본에 넘어갔던 쌍용중공업이 매물로 나오자 사재 20억 원을 털어 회사를 인수하는 기회를 잡았다.
특히 대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STX 그룹을 재계 13위의 대기업으로 키워놓았지만, 조선해운업의 불경기 속에 과잉투자의 덫에 걸려 40년 영욕의 기업인 세월을 뒤로 하고 쓸쓸이 무대에서 퇴장하는 비운의 신세가 되고 있다.
사실 강 회장에 대한 채권단의 사임 요구에 STX 측이 강하게 반발한 이유 중 하나는 강회장이 없을 경우 구조조정의 구심점이 없어져 STX 경영정상화가 매우 어려워진다는 점이었다.
STX 그룹 노조가 박동혁 신임 대표이사를 겨냥해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을 내고 창원 지역 상공인들이 강 회장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워한다고 건의문을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어쨌든 채권단은 강덕수 없는 STX 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 방안을 선택했다. 앞으로는 박동혁 신임 대표이사 중심의 새로운 구심점을 통해 STX 살리기 방안을 실행해나가야 한다.
STX 조선해양의 경쟁사 출신의 새로운 인물이 영입된 만큼 인력 물갈이 등 구조조정의 물살은 빨라지겠지만 STX 그룹의 경영정상화가 무리 없이 이뤄질지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동혁 신임 대표이사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