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피해자와의 격리를 위해 실형이 선고되는 비율은 1%대를 밑돌아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고 있고, 심지어 피해 여성이 남편에게 선고된 벌금을 대신 물어야 하는 상황에 신고 자체를 꺼리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부산진구의 한 지구대로 술에 취한 남편이 자신과 딸을 무차별 폭행하고 있다는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A(56.여) 씨는 남편의 폭력에 사흘이 멀다 하고 멍이 들고 임신 중에 벌어진 구타까지 견디며 수십 년을 버텨왔지만, 딸아이에게까지 손찌검하는 남편을 더는 참을 수 없어 결국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포된 남편은 하루 만에 귀가 조치됐다.
A 주부는 초범일 경우 아무리 강한 법적 처벌이 내려진다고 해도 벌금형 정도일 거라는 경찰의 안내에 그동안 바라왔던 남편의 형사 처벌을 포기하기로 했다.
알코올 중독으로 경제적 능력을 상실한 남편에게 내려질 벌금이 어차피 자신의 몫으로 돌아올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부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아내를 대상으로 가정폭력을 행사해오다 경찰에 적발된 가해 남성 수는 올 들어 지난 7월 말까지 부산에서만 559명이나 된다.
지난해 1년간 검거된 278명과 비교할 때 거의 4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이다.
최근 가정폭력을 4대 사회악으로 규정하면서 가정 폭력 사범에 대한 검거율이 급증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실형을 선고받은 이는 전체의 1%도 되지 않은 단 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 사범 검거 건수보다 실형 선고율이 턱없이 낮은 이유는 대부분 검찰 단계에서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로 처리하거나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해 기소율 자체가 10%대에 머물기 때문이다.
부산지방검찰청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5백여 건의 가정폭력 중 검찰이 기소한 건수는 70여 건에 불과하고, 이중 실형을 받은 4건을 제외하면 대부분 벌금형(48건)이 선고됐다.
피해 여성들이 가정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다 더 큰 보복의 위험은 안는 것은 물론, 벌금까지 떠안으며 두 번 울게 되는 것이다.
가정폭력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사법당국의 엄격한 처벌의지와 함께 피해자가 가해자의 벌금을 대신 떠안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