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뉴스] "여의도에 정치가 사라졌다 왜?"

꼬인 정국 풀기위해서는 "대통령이 결단해야"

정기국회 개회식 모습. 자료사진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여의도에 정치가 사라진지 오래됐다", "정치는 만무하고 정쟁만 난무한다"는 푸념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정기국회가 시작된 지 열흘이 지났지만 국회는 국정감사를 포함한 정기국회 의사일정에도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여의도에 왜 정치가 사라졌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정기국회 일정이 아직 잡히지 않았나?

= 그렇다. 정기국회가 열린지 오늘로 열흘째지만 아직 여. 야는 국정감사를 비롯한 정기국회 일정조차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여. 야가 정기국회에서 한 일이라고는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을 처리한 게 전부다.

여야는 일단 오늘(11일) 오전 국토교통위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전체회의를 열기로 합의했지만, 결산 심사는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3일에는 기획재정위 전체회의를 열어 세법 개정안과 재정 적자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나머지 상임위는 여전히 일정이 잡히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장외투쟁 중인 민주당이 조건 없이 모든 상임위에 복귀해 결산심사에 응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민주당이 복귀할 때까지 단독으로라도 국회를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렇지만 민주당은 주요 현안이 있는 상임위에만 선별적으로 출석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민주당이 원내외 병행투쟁 방침을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국회공전이 장기화되지는 않겠지만 꼬인 정국이 풀리기 전에는 국회가 제 기능을 다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어제(10일) 저녁 황우여 대표와 김한길 대표가 만났는데 성과가 없었나?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2013년 추석맞이 팔도 농특산물 큰잔치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윤창원기자/자료사진
= 만나긴 했지만 어색하고 냉랭한 분위기만 연출됐다.

만남자체가 여.야간 협상을 위한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정기국회 정상화나 이런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다.

황우여 대표와 김한길 대표는 어제(10일) 저녁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2013 추석맞이 팔도 농특산물 큰잔치'(한국지방신문협회와 농협중앙회가 각각 주최, 주관) 개막식
행사의 축사를 위해 잠깐 만난 것이다.

황 대표가 천막당사를 찾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과나 이런 건 없었다.

황 대표는 천막당사를 방문할 계획이 있느냐는 김한길 대표의 질문에 "기회 봐서"라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황 대표는 취재기자들이 김한길 대표에게 한 말씀 하라고 하니까 "건강, 건강을 걱정한다. 정치라는 게 오랜 시간을 거쳐서 일이 이뤄지는 거니까. 건강 때문에 우리가 마음이 좀 급해지네. 잘 될 거다"라는 말만 하고 자리를 떠났다.

어제(10일) 오후에는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과 정몽준 의원이 김한길 대표를 방문했지만 국회 정상화나 그런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다.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여.야간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거냐?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물밑 대화는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서로간의 주장이 팽팽해서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들끼리 거친 말로 날선 공방을 벌일 정도니까 정치가 실종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막말공방이라며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하기도 한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자기 입맛에만 맞는 상임위만 하자는데, 이는 여야가 있는 상황에서 상대방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라며 야당이 등원할 때까지 단독국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자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안 최면에 빠져 오만과 교만을 드러내는 전형적인 협박이자 구태정치"라고 비판하면서 "대통령의 외면으로 정치가 실종됐는데 아예 멸종시키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맞받았다.

전 원내대표는 "국정원 개혁을 다룰 '영수회담'을 대통령이 여전히 거부하는 상황에서 국회 정상화 지연 책임은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황우여 대표와 만난자리에서 "민주당은 대표님만 바라본다. 윤상현 수석원내대표와 만나려고 해도 큰 그림이 안 잡히고 당내 분위기도 어렵고"라며 여.야 간 물밑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정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긴데 왜 이런 거냐?

= 이미 여러 차례 이런 얘기들이 나왔다.


정부. 여당에서는 야당 탓을 하지만 칼자루를 잡은 쪽은 정부와 여당이다.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재벌회장은 만나도 야당대표는 만나지 않으니 정치가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민생을 위해서는 여야 지도부와 만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는 했지만
회담의제를 '민생'이라고 단정 지으면서 정치실종이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저는 민생회담과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여야 지도부와 만나서 논의할 생각이 있습니다"라면서 "국민들이 간절하게 원하는 민생안정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존재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제의한 '영수회담' 을 거부한 것이고 정치적인 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걸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민생을 위한 5자회담(대통령과 새누리당 대표와 원내대표, 민주당의 대표와 원내대표)을 제안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을 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협상을 하자는 쪽보다는 강경파들의 목소리만 들린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구속을 계기로 야당을 압박하고 밀어붙이기만 할 뿐 꼬인 정국을 풀려는
시도는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의도에 정치가 실종된 이유를 다양하게 분석한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정치인(국회의원)들이 정책에 대한 확신이나 계층적 지지기반이
없이 오로지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권력을 잡을 것이냐 하는 승자독식의 정치구도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이 때문에 여.야가 상대에 대한 인정 없이 죽기 살기로 싸울 수밖에 없고 그러면서 증오와 대립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정계은퇴를 선언한 정범구 전 의원(정치학 박사)은 "여.야간 협상이 안 되는 이유는
청와대와 여당간 갈등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박사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정권이나 초기 2년은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끌고 가려고 하고, 여당은 눈치를 보는 구조"라면서 "여당이 자율성이 있어야 야당과 대화도 하고 협상도 할 텐데 권한이 없다. 여당의 역할이 없으니까 야당의 존재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정치에서 야권이 적극 공세로 나서면 여당이 수세로 몰리면서 집권세력의 양보와 타협이 있었는데, 지금은 여당이 압도적으로 우세인 상황이니까 양보를 통해 국면을 해소하고자 하는 필요성이 크지 않는 측면도 있다"라고 평가했다.

윤 실장은 특히 "정치권에서 과거처럼 유연함이 사라진 이유는 여.야가 대립하고 충돌할 때 대중들이 여론조사나 이런걸 통해 누가 옳고 그르다는 걸 명확하게 판정해줬지만 지금은 대중도 편 가르기가 되어서 어느 특정 진영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오히려 정치 자체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내는 경향이 강하다"라고 분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오늘 귀국하는데 돌파구가 열리지 않을까?

사진=청와대 제공
= 그럴 가능성이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야당대표와 영수회담을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유연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꼬인 정국은 풀릴 가능성이 매우 낮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 담판을 통해 국정원을 전면 개혁하고 정국을 푸는 것이 목표이지 회담 자체를 앙망하려고 천막에서 대기하는 게 아니다"며 "대통령과 만나면 천막을 걷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모르는 얘기"라며 분명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핵심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 하는 것인데 청와대와 야당의 입장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문제를 어떻게 조율하느냐 여부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원 개혁, 남재준 국정원장의 해임을 강력하게 주장해 왔는데 청와대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꽉 막힌 정국이 시원하게 뚫리느냐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얘기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일단 대화의 물꼬를 터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청와대도 이번 순방결과 설명회 자리를 계기로 정국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한길 대표가 만난 뒤 5자회담을 하는 방안과 5자회담을 한 뒤 영수회담을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아직 구체적인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석연휴 전에는 정국이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데는 청와대나 여당, 야당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기대를 갖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