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4월 19일 새벽 인천의 한 모텔 카운터에 투숙객인 김모 씨가 "낙지를 먹던 여자 친구가 쓰러져 숨을 쉬지 않는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방으로 달려간 종업원은 쓰러져있던 여성과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소주병과 낙지를 목격하고 쓰러진 여성을 급히 병원으로 후송했지만 16일 만에 숨을 거뒀다.
남자친구인 김 씨는 지난 이날 새벽 2시 40분쯤 인천 남구의 한 음식점에서 낙지 4마리를 사서 여자친구와 먹던 도중 여자친구가 쓰러졌다고 진술했고 경찰은 김 씨와 모텔 종업원의 증언을 토대로 '질식사'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숨진 여성이 사고 발생 일주일 전 2억원의 생명보험에 가입하고 보험의 '법적상속인'이 남자친구인 김 씨였다는 사실이 피해자 아버지에 의해 밝혀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피해자 가족들이 김 씨를 보험금을 노리고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은 사건 발생 2년여 만에 김 씨를 살인혐의로 구속기소했다.
1심재판부는 검찰측 주장을 받아들여 김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법의학자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공소 사실처럼 윤 씨 코와 입이 막혀 살해됐을 경우 저항과정에서 얼굴과 몸에 상처가 남아야 하는데 윤 씨의 얼굴과 몸에는 상처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윤 씨의 사망원인에 대한 아무런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윤 씨가 최초 심폐기능이 정지된 원인을 알 수 있는 증거가 없다"며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처럼 윤 씨가 낙지가 목에 걸려 숨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뒤늦게 재수사에 들어갔지만 유가족이 피해자의 시체를 화장한데다 사고 현장 당시 증거물들이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이 치명적이었다.
결국 대법원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도 12일 김 씨에 대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측은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 책임은 어디까지나 검사에게 있으며 피고인의 변명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어 의심이 가더라도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판단할 수 없다는 형사재판의 기본 명제를 다시 확인하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