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뒤 결혼하자고 속여" 30대女 '혼빙간' 소송서 패소

재판부 "혼인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17년이 지나면 이혼을 하겠다는 유부남에게 속아 3년 넘게 동거를 한 30대 여성이 뒤늦게 “혼인을 빙자해 간음했다”며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통상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결혼 약속이 현실성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남성의 손을 들어줬다.

13일 법원에 따르면 이모(37·여) 씨와 안모(43) 씨가 처음 만난 건 지난 2006년. 용역업체 사장이었던 안 씨는 직원인 이 씨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했고, 2008년 2월 두 사람은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종교적 신념으로 혼전순결을 지키던 이 씨는 유부남인 안 씨와 성관계를 하기도 했다. 당시 3살이었던 자신의 작은 아이가 성년이 되면 이혼하겠다는 안 씨의 말에 속은 탓이었다.


하지만 이 씨와 결혼할 마음이 없었던 안 씨는 동거 중에도 다른 여자들을 계속 만났다. 결국 두 사람은 2011년 10월 다시 남남이 됐다.

그러자 안 씨는 태도를 바꿔 이 씨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 씨의 동생들에게 동거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이 씨는 물론 가족들도 큰 충격을 받았고, 이 씨는 스트레스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결국 이 씨는 “혼인할 의사가 없는데도 혼인할 것처럼 속였다”며 안 씨를 상대로 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9단독 이헌영 판사는 이처럼 이 씨가 낸 소송에서 “피고의 혼인약속은 혼인할 의사를 갖고 있음이 진실이라고 믿게 될 만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안 씨가 작은 아이가 성년이 되면 이혼을 하겠다고 했지만 당시 3세에 불과해 성년이 되기까지 17년이 남아 있는 상황이었고, 또 이혼은 일방의 의사와 의지만으로는 실현 가능한 것이 아니다”면서 “통상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충분히 의심과 의문을 가질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안 씨의 행동은 도덕적 비난을 받아 마땅하고 이 씨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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