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사상초유의 검찰총장 감찰이 청와대의 허가없이 이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게 법조계와 청와대 주변의 시각이다. 특히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홍경식 민정수석이 모종의 역할을 하지 않았겠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채동욱 검찰총장이 청와대 눈밖에 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고, 국정원 댓글 사건에 선거법을 적용하는 문제를 놓고 법무부와 정면 충돌했다. 그러나 곽상도 수석은 검찰을 컨트롤하지 못해 경질됐다.
곽상도 수석 후임으로 온 홍경식 민정수석은 검찰을 제어하기 위한 카드였다. 곽 수석이 채동욱 검찰총장 보다 연수원 1년 후배인데 비해 홍경식 수석은 6기나 앞서는 대선배다.
황교안-홍경식 라인의 맨 위에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자리잡고 있다. 세 명 모두 공안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기춘-홍경식-황교안 라인이 만들어진 지 6주만에 임기를 4분의 1도 채우지 않은 검찰총장이 자리에서 내려온 셈이다.
채 총장이 사퇴하게 된 배경에는 조선일보의 '혼외 아들설' 보도가 자리잡고 있다. 이 혼외 아들설 보도에 대해서는 김기춘 비서실장 - 남재준 국정원장 작품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국의 주요한 고비 고비에 김기춘 비서실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지만 비서는 입이 없다며 밖에다 말을 하는 일이 없다.
채 총장이 사퇴함에 따라 청와대는 후임 검찰총장을 임명해야 한다. 검찰총장 추천위원회라는 제도적 장치가 있기는 하지만 정부 조직이니 만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알고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을 앉히려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공감한 검찰개혁은 이런 역사적.정치적 맥락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제 정권의 뜻에 반했던 채 총장이 낙마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하는 총장이 옴에 따라 검찰 독립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