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돌연 사퇴에 '패닉'에 빠진 검찰

"차기총장 정권 꼭두각시로 세울 것"

사의를 표명한 채동욱 검찰총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송은석 기자)
채동욱 검찰총장이 13일 전격 사퇴했다. 혼외아들설이 불거진 지 일주일 만이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이와 관련해 사상 처음으로 검찰 총장에 대한 감찰 착수 지시를 한 사실이 알려진지 1시간만이다.

지난해 11월 29일 한상대 검찰총장이 '검란(檢亂)' 사태로 사퇴한 이후 9달 반 만에 다시 수장을 잃은 검찰 조직은 '패닉'에 빠졌다.

채 총장은 혼외아들설을 보도한 조선일보에 대한 정정보도 청구소송과 함께 되도록 빠른 시일 안으로 유전자 검사까지 받을 것이라고 밝힌 상태였다.

그런데 혼외아들설의 진위여부를 규명할 방법이 유전자 검사 이외에는 특별하게 없는 상황에서 유전자 검사를 강제로 진행할 권한도 능력도 없는 법무부가 감찰에 나선다고 밝히자 검찰 내부에서는 채 총장의 '외압'에 의해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황 장관의 감찰 착수 지시에는 청와대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국정원 댓글사건을 검찰이 선거개입이라고 규정하고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는데 이를 못마땅해 하던 청와대가 법무부를 동원해 이번 기회에 채 총장을 몰아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그들이 이긴 것"이라며 "무섭고 후진적이 나라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검찰 총장을 쫓아낼줄 몰랐다. 벌써 차기 총장으로 밖에서 데리고 올 사람을 골라났다는 소문이 검찰 안팎에 파다한데 얼마나 윗분 말을 잘 듣고 꼭두각시 같은 사람을 세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검의 한 검사도 "암담하고 참담하다"며 "그런식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힘을 갖고 있는데 어쩌겠나. 결국 그 사람들이 원하는 사람들이 검찰 수뇌부에 모여 그들이 원하는 수사를 하고, 검찰은 다시 예전의 검찰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채 총장이 검찰 조직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나가는 길을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검의 다른 검사는 "이 상황에서는 조직에 부담을 주지 않고, 깔끔하게 물러나시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셨을 것 같지만 '물러나면 지는 것'인데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법무부의 다른 검사 역시 "대검이 다치길 원하지 않으셨을 것"이라며 "총장님이 임기를 채우고 나가신다고 해도 다른 참모들이나 검사들은 계속 검찰 조직에 남을 수밖에 없는데 총장님이 버티실 경우 이들 역시 총장님을 방어할 수밖에 없고, 이후에 이 정권에 찍혀서 제대로 일하지 못하게 되는 그런 부분도 생각하지 않으셨나 싶다"고 말했다.

향후 검찰 조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앞으로 검찰 또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간다고 봐야한다"며 "차기 총장 인선을 위한 총장추천위원회 구성부터 위원회 논의, 청문회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리고, 총장 임명 뒤에는 주요 보직 간부들이 바뀔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조직이 뒤숭숭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국정원 사건 이후 청와대에서 검찰 공안라인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총장이 새로 오시면 공안라인부터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앉히며 피바람이 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감찰을 지시한 황 장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장관이 청와대 하명을 그대로 실행한 것이든, 본인이 알아서 감찰 지시를 한거든 둘 다 같은 것"이라며 "전자면 조직에 미칠 여파는 생각하지 않고 청와대 하명을 그대로 전달밖에 못하는 장관이기 때문에 지금 장관이 아니라 누구라고 할 수 있는거고 후자면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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