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이날 "사정기관의 책임자에 관한 도덕성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검찰의 명예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므로 더 이상 논란을 방치할 수 없다"며 "조속히 진상을 밝히기 위해 법무부 감찰관으로 하여금 조속히 진상을 규명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안장근 감찰관은 지난 7일부터 북유럽 사법제도를 견학하는 차원에서 해외출장 중이다. 이번 주말에야 입국이 예정돼 있다.
안 감찰관은 검찰 역사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총장 감찰을 총 지휘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감찰 착수 결정에도 깊이 참여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전화를 통해서도 충분히 논의가 가능하다"는 법무부의 해명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충분하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사는 "감찰관도 없는 시점에 굳이 감찰 착수를 발표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법무부 내부에서 논의 끝에 이루어진 결정이라기 보다는 윗선의 결정이 하달됐기 때문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도 "감찰관은 독립기관인 감사원 출신이 맡는데, 이번 건으로 결국 형식 뿐인 독립이라는 걸 확인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채 총장은 전날 혼외아들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가 정정보도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및 중재 절차를 뛰어넘어 곧바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일련의 의혹제기가 '검찰 흔들기'라고 보고 정공법을 택한 것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다음 날 황 법무부 장관은 감찰 지시를 내렸다. 감찰관의 출장 중에 발표에 나설 정도로 급한 결정이었다. 채 총장의 낙마를 위해 조선일보와 법무부가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셈이다. 청와대 외압설이 나오는 것도 이 맥락이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서 채 총장의 내연녀로 지목된 여성이 "사실이 아니라"며 노출을 꺼리는 것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