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채 총장의 혼외자식 의혹은 그가 국정원 댓글 선거개입 사건으로 청와대로부터 경질을 당할 것이라는 말이 나돌 때 불거졌다. 관련 의혹을 1면에 대서특필한 조선일보는 아들이라는 채모군의 가족관계등록부와 미국 출국일 등 당사자가 아닌 제 3자는 접근하기 어려운 정보들을 근거로 들었다.
내연녀로 지목된 여성이 "사실이 아니다"며 언론에 직접 편지까지 쓰는 등 노출을 꺼리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런 개인정보가 담긴 공공전산망에 접근이 가능한 것은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으로 좁혀진다. 국정원의 반격이라는 세간의 말들, 배후는 윗선에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었던 배경이다.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가 보여준 태도도 대조적이었다. 조선일보는 이 전 장관이 혼외자식 논란을 빚었을 때 '그래서 어떻다는 말이냐'는 칼럼을 통해 사생활 문제가 직무와 관련이 없는 한 공적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명백한 공적 이슈이기 때문에 엄연히 사안이 다르다는 게 조선일보의 입장이다. 이 전 장관의 경우, 자녀가 소송을 제기한 사적 문제이고 규명할 공적 의문점이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이 전 장관은 유전자 검사를 거부해 재판까지 갔고, 결국 패소했다. 반면 채 총장은 유전자 검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화룡점정은 채 총장에 대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다. 채 총장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소송에 나서겠다며 정면대결을 선포하자, 그 다음 날 곧바로 내려진 조치인데, 공직자의 도덕성 문제라는 게 이유다. 사상초유의 일이라 검찰 내부에서도 "어디 상황을 비교할 만한 전례가 없다"며 당황하고 있다.
혼외자녀가 직접 소송을 걸었던 이 전 장관 건과는 달리, 이번에는 채 총장의 내연녀로 지목된 여성이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직접 나선 것이 이 전 장관 때와 대조적이다.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수많은 인사 문제, 그것도 명백한 근거가 제시된 사례들이 이어졌지만, 단 한 차례도 없었던 일이기도 하다.
이 전 장관은 유전자 검사 거부 등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의 엄호 속에서 이른바 '도덕성 문제'와 상관없이 4대강사업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다. 3년 2개월이라는 상대적으로 긴 시간 동안 장관직을 수행했다. 반면 채 총장은 5개월만에 불명예스럽게 사퇴했다. 청문회 당시 야당으로부터 "파도 파도 미담만 나온다"는 평가를 받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은닉재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직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