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서장은 "(선거·정치관련 댓글이나 게시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최종 보도자료 문구에는 약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서장은 "서울경찰청에서 공식결과 발표에 대한 보도자료를 준비하라고 했다. '분석 결과도 안 나왔는데 무슨 공식결과냐'란 취지로 물었더니 이를 빼고 준비하라고 했다. 발표 당일 오전까지도 발표가 있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내용도 모르는데 보도자료를 배포한다는 것이 불안하지 않았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는 "대한민국 사이버 수사능력은 전세계적으로 알아주는데 이에 대해 대형사건이나 조작이 있을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지 못했고 100% 믿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씨의 노트북과 컴퓨터를 분석한 보고서를 2012년 12월 16일 저녁 언론브리핑 직전에야 먼저 서울경찰청에 연락해 받았다고 밝혔다.
검찰 측이 여직원 김 씨가 사용한 아이디와 닉네임이 적힌 텍스트파일을 제시하며 "만일 수사결과 발표 시 서울경찰청 증거분석팀에서 이 파일을 보내줬다면 그대로 발표했겠나"고 질문하자 "그렇게 못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수사결과 발표내용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서울경찰청의 키워드 축소 요구에 대해서도 "국민적 관심이 컴퓨터 분석에 집중됐는데 키워드를 줄여달라 늘려달라고 하는 것은 추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서울경찰청 분석팀에서 명분이 있으니 그렇게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정원 여직원의 오피스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신청이 한차례 보류된 것에 대해 "당시 서울경찰청장(김용판)과 서울경찰청 수사과장, 경찰청 지능과장이 영장신청을 보류하라고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전 서장은 "경찰청 지능과장이 전화해서 영장신청을 남발하면 경찰 수사권 독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책임 떠넘기기로 비춰질 수 있다는 식의 영장신청 불가 사유 몇가지를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지시를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 묻자 "수사지휘로 판단했고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살기 위해 조직을 죽이는거 아니냐란 논리에 공감했고 범죄사실 소명이 충분히 안됐는데 영장을 신청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