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있는' 고아원 아이들의 추석나기…"더 서러워"

서로 불편해서 안가고 싶지만…오라면 가고 싶고 보고 싶은 마음

16일 서울시 상록보육원. 추석을 맞아 인근 식당에서 준비한 돈가스를 먹고 있는 아이들. (사진 박철웅)
온 가족이 다 모이는 추석이지만 보고 싶어도 부모의 얼굴 한 번 볼 수 없는 아이들이 있다.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 16일 서울 관악구의 상록보육원.

여느 집에서는 추석 음식 준비을 위해 엄마 손을 잡고 시장을 누비며 한껏 들떠 있을 아이들이지만, 이곳 아이들의 일상은 어제와 다르지 않다.

엄마가 차려준 따뜻한 밥상이 그 어느 때보다 그리운 명절 전이지만, 그나마 위안은 명절 전이라고 나온 저녁 특식.

보육원 인근 음식점에서 돈가스를 무료로 제공해준 덕분이다.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도 엄마·아빠는 있다.

부모가 이혼하면서 4살 때부터 이곳에서 생활해온 성민우(18‧가명) 군. 중학교 때까진 엄마가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왔지만, 몇 년 전 엄마가 재혼하면서 발길이 끊겼다.

“원망 안해요. 이해하니까…. 저도 많이 컸고, 엄마도 저도 불편하니까 안가요. 원장님하고 보내는 게 좋아요.”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한 성 군이었지만 “그래도 엄마가 오라면 어쩌겠냐”는 질문에는 “생각해 봐야겠지만 가고 싶다….”며 말끝을 흐렸다.

부모의 이혼이나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보육원에 맡겨진 아이들. 그러나 추석이 돼도 엄마나 아빠는 찾아오지 않는다.

다른 아이들처럼 추석이면 엄마·아빠와 함께 시골에 가던 때를 기억하는 아이들도 있다.

“아빠랑 할머니네 집에 가서 지냈던 거 같아요. (이번 추석에는) 작은 아빠가 오신대요. 아빠는 안오시고, 어딨는지도 몰라요….”

손관우(9‧가명) 군은 엄마는 집을 떠난 지 오래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아빠는 지난해 공사장에서의 사고로 감옥에 가게 되면서, 지난 2월 이곳에 오게 됐다.

부모가 찾지 않는 아이들 중 김현지(10‧가명) 양은 그나마도 운이 좋은 편이다.

김 양은 후원자가 나타나 이번 추석을 후원자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 것. 이날도 후원자와 함께 새 옷을 사러 간다며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아빠가 가게를 해요. 바빠서 못 온대요. 좀 서운하긴 했지만, (후원자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어서) 재밌을 것 같아요.”

이 보육원에 있는 아이들 85명 가운데 70명 정도는 엄마나 아빠가 있는 아이들이지만,
추석때 부모를 만나는 아이는 20명도 채 안된다.

보육원 한안숙(33) 교사는 “명절인데도 이곳에 남아서, 그래도 밝게 뛰어 노는 아이들을 볼 때면 더 가슴이 미어진다”며 “밝게 자라주는 아이들한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그럴 때면 아이들이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더 따뜻하게 대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정은 다른 보육원이라고 다르지 않다.

부청하 상록보육원 원장은 “5, 6년 동안 부모들이 소식이 없으니까 아이들 스스로 자포자기 하게 된다”며 “거의 대부분의 시설에 있는 아이들이 비슷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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