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경찰 댓글수사'에 상하 직위 구분 않고 전방위 로비

당시 수서서 서장에게도 국정원 직원 수사 상황 캐물어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23일 오후 첫 공판에 출석하며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송은석기자
국정원 댓글 사건 경찰 수사 과정에 국정원이 상하 직위를 구분하지 않고 사건에 개입해 영향을 미치려 한 사실이 재판과정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정원은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물론 수사 실무책임자였던 이광석 전 수서경찰서장까지 각각 직위별로 분담을 맡아 '수사핵심'들에게 수사 상황을 묻거나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공판에서 이광석 전 서장은 "강남 지역을 맡은 국정원 직원 신모씨가 2~3차례 전화해 수사상황을 물었다"고 진술했다.

이 전 서장은 평소 친분이 있었던 사이인 국정원 신모씨가 여직원 김모씨의 집앞에서 대치 상황이 벌어지자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상황을 물었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요구에 대해 "말도 안된다"며 거절했다고 증언했다.

국정원 직원이 친분을 이용해 수사책임자인 경찰서장에게 사건 관련 정보를 넘겨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국정원의 손길은 경찰 최고위급 간부인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도 이어졌다.


앞서 지난 9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정원 댓글 사건 이후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과 두차례 통화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11일 김 전 청장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원 전 원장의 전화를 받고 국정원 여직원 사건에 대해 알게 됐고 3일 뒤인 14일 저녁에 두번째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이틀 뒤인 16일 다른 전화로 이 전 차장이 김 전 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뭐 나온것 없느냐"고 물은 사실을 지적하자 이 전 차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부인했다.

또 지난 8월 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는 야당이 국정원 사건 배후에 권영세 주중 대사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이었던 권영세 주중 대사가 김 전 청장,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과 여러번 통화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박 전 국정은 "김 전 청장과 대선 직전인 지난해 12월 16일 통화한 사실이 있다"면서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시인했다.

결국 이는 국정원이 직위를 구분하지 않고 경찰 수사담당자부터 청장까지 위아래 고루 접촉하며 적극적으로 수사에 개입해 댓글 사건을 축소.은폐시키려 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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