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소원을 올해도 이루지 못한 남북 이산가족에게 추석은 그리움의 아픔이다.
6.25 전쟁통에 당시 27살이었던 동생 동준씨를 강제로 북한 의용군에게 내 준 이동오(91, 청원군 강내면)할아버지.
당시 함께 끌려갔다 탈출한 마을 청년들에 의해 평양까지 무사히 도착했었다고 전해들은 것이 동생의 마지막 소식이었다.
동생을 홀로 사지로 떠나보낸 미안함과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 속 깊이 사무치는 그리움은 온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명절 때면 더욱 커졌다.
이 할아버지는 "이제는 명절에 온 가족이 모이면 거실에 앉지도 못해 마루까지 나가야 할 정도로 대가족을 이뤘다"며 "하지만 전쟁 때 헤어진 동생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 뿐"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시작된 이후 2003년 상봉 신청을 하면서 품었던 '곧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벌써 10년이 넘는 세월 앞에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오는 25일부터 재개되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서 또다시 산산히 부서진 상봉의 꿈에 이 할아버지는 다시 한번 절망했다.
이 할아버지는 "상봉에 대한 기대를 버린지 오래"라며 "다만 생사라도 확인할 수 있었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고 하소연 했다.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동생의 생사만이라도 확인하고 싶다던 어머니와 형은 이미 세상을 등졌고 자신도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앞에 마음만 초조해지고 있다.
이 할아버지처럼 가족과의 만남을 꿈에서조차 그리며 살고 있는 이산가족 신청자가 도내에서만 현재 2,270명에 달한다.
이 땅의 이산가족들은 가족의 생사만이라도 확인하는 날이 하루 빨리 찾아오길 추석 연휴 기간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