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 스펙 쌓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학생부 비교과는 가이드 라인이 제시되지 않아 교육현장에서 혼란이 일고 있다.
◈ “비교과 일정수준 이상 반영요구 어려워”
지난달 말 대입제도 개선안 발표 때 교육부는 공교육 정상화 기여 대학에 재정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대학별 입학전형이 공교육에 미치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종합 평가해 지원 대학을 선정하기로 했다.
긍정지표는 입학전형 간소화, 학생부 반영 비중, 한국사 반영 여부 등이고 부정지표는 학교 교육에서 준비하기 어렵거나 사교육을 유발하는 전형실시 여부 등이 제시됐다.
입학전형 간소화와 관련해 전형유형으로 학생부(교과), 학생부(교과+비교과), 논술, 수능, 실기 등이 제시됐다.
교육부는 수시에서 학생부 교과 100% 또는 학생부 70%+논술고사 30% 등의 전형방법을 사례로 제시했다. 아울러 논술 70%+학생부 30% 전형방법도 제시했다.
정시에서는 수능 100% 및 수능 70%+학생부 30% 또는 실기평가 80%+학생부 20%를 사례로 들었다.
교육부는 그러나 학생부 위주전형에서 교과를 제외한 비교과 반영 비율을 어느정도 하는 것이 적당한 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비교과 부분을 일정수준 이상 반영하라고 대학에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계 한편에서는 대학들이 교내활동으로만 제한된 비교과 부분을 비중있게 반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학생부 비교과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 지침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A 대학 입학처장은 "교육부가 전형방법을 재정지원과 연계시킨다고 했지만 평가지표가 나오지 않아 2015학년도와 2016학년도 전형설계를 아직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형설계 내용을 11월초까지 대교협에 알려야 한다”며 “시간이 별로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교 교사들도 비교과 부분에 대한 학생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등 진학 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인위적 스펙 쌓기로 전락”
학생부 비교과 과정은 학교내에서 이뤄지는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리더십, 예체능 활동 등으로 채워진다.
이들 체험활동을 비롯해 학생들의 진로활동 사항도 비교과 영역에서 대입전형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각종 체험 활동은 고교 교육 내실화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들 활동이 대입과 연계되면서 본래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성을 살리거나 인성 함양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대학 진학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학술 동아리활동 등 비교과 과정이 고교에서 인위적인 경력쌓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와 관련해 이현 전교조 정책실장은 "전공 관련 학술 동아리활동 보고서를 요구하는 대학이 있다"며 “고교까지는 기본 소양을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지 대학전공을 미리 준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진로활동을 대입에 반영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학창시절 장래희망이 바뀌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데도 진로활동에 일관성을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동아리활동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도 부족하다. 일반고의 경우 동아리 지도교사가 자주 바뀌는 데다 동아리 교실도 대부분 마련돼 있지 않다. 학생들은 매년 동아리를 바꾸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학생들 다수가 스포츠를 중심으로 동아리활동을 하고 있어 비교과의 대입 반영에 부적절한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학생부 위주 전형에서 비교과 부문을 정성평가로 반영하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자율교육학부모연대 조진형 대표는 "학교 체육 활동 등을 대입에 연계하면 아이들의 흥미가 떨어질 수 있고 진로활동은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 자기소개서, 추천서 변별력 ‘비상’
대학 수시모집 지원 때 제출해야 하는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에 대한 문제 제기도 적지 않다.
학생들은 대부분 자기소개서 작성에 대해 큰 고충을 토로한다. 한 학부모는 "수시 지원을 위해 써야 하는 자기소개서 때문에 아이가 속병이 날 정도로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자기소개서를 쓰는 데 어려움을 겪다보니 편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돈을 주고 컨설팅 업체나 학원 등에 맡기거나 지인 등의 도움을 받아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있다.
또 교사들이 대량으로 추천서를 작성하면서 변별력을 가질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자들의 추천서를 제각각 차별화해 작성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지역 B고교 담임교사는 "내가 쓰는 문체는 뻔하다"면서 "내용을 조금 바꾸지만 결국은 비슷비슷한 추천서가 되고 만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교사 업무부담 경감 차원에서 학생부 기록에 대한 기재분량을 제한하겠다고 밝혀 학생부 작성에 변화가 예상된다.
먼저 학생 관련 서술형 기록의 항목별 입력 글자 수의 범위를 정하기로 했다. 최대한 간략하게 적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나열식 기재는 지양하고 개인별 특성이 드러나는 핵심사항 중심으로 간단히 적고 독서활동도 사실 위주로 입력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