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비서실장인 여상규 의원은 3자회동이 끝난 뒤 채동욱 총장과 관련해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진실 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진실 밝힐 기회 주겠다고 말했다"며 "고위공직자로서 도덕성에 흠결 없는 것으로 판명되면, 사표 수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물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사표 수리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전했다.
전날(15일)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이 "아직 채동욱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며 "진실 규명이 우선"이라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청와대의 입장은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인지 여부를 가려서 사표를 수리할 지 아니면 반려할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법무부)가 채동욱 검찰총장과 관련해 세 번의 묘수를(지난 16일 [Why 뉴스]청와대는 왜 채동욱 총장 사표수리 못하나? 보도) 뒀는데 첫 번째 묘수는 '채동욱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 보도'이고 두 번째 묘수는 '황교안 법무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공개감찰 지시'이며 세 번째 묘수는 청와대의 "사표수리 안했다"와 "총장의 개인문제"라는 발표다.
여기까지는 순조로웠고 청와대 의도와 바람대로 사태가 진행됐다.
그렇지만 묘수의 효과는 여기까지다. 이제는 청와대가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채동욱 총장의 혼외아들인지 아닌지가 가려져야 채동욱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던지 반려하던지 해서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 것인데 자금상황에서 청와대나 법무부 어느 기관에서도 채동욱 총장의 친자인지 아닌지를 가릴 유일한 열쇠인 유전자 검사를 시행할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미성년자인 채군의 어머니 임모 여인이 유전자 검사에 자발적으로 응하는 길 외에는 없다.
채동욱 총장이 임 여인을 형사고소나 고발을 해서 수사기관이 강제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유전자 검사를 하는 방법이 거론되지만, 채 총장이 임 여인을 고소할 명분이 없다. 공문서를 위조하거나 변조한 것도 아니고 사립초등학교 학적부에 이름을 도용한 것이 전부이니 수사기관이 강제수사에 나설 수도 없다.
채동욱 총장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민사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입증책임은 채 총장에게 있으므로 법원이 임 여인이나 채 군에게 유전자 검사를 받도록 강제할 수도 없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법원이 민사소송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거나 사실조회 명령을 하거나 강제적으로 감정을 명령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이나 법무부 감찰관실이 진상조사를 한다고 하지만 공직자가 아닌 제3자의 유전자를 검사할 권한이나 강제할 방법도 없다.
조선일보나 새누리당에서는 채동욱 총장이 유전자 검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종용하고 있지만 채 총장은 이미 유전자 검사를 조속히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 여인(채 군의 법정대리인)이 끝까지 유전자 검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청와대는 무슨 수로 혼외아들인지 아닌지 진실을 가릴 것인가?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청와대는 언제까지 검찰총장직을 어정쩡한 상태로 방치할 것인가?
일부 언론이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채동욱 총장에 대한 별건감찰설이 흘러다니고 있다.
청와대와 법무부가 채동욱 총장의 혼외아들인지 아닌지 진실을 밝히는 문제가 벽에 부딪히니까 채 총장을 망신주기 위해 새로운 꼼수를 찾는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별건 감찰설'이 사실이라면 청와대나 박근혜 대통령이 채동욱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이번 혼외아들 파동을 기획하고 음모를 꾸몄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빼도 박도 못할 증거가 될 것이다.
바둑 격언에 '묘수 3번이면 필패'라는 말이 있다.
청와대(법무부)가 지금까지 세 번의 묘수로 재미를 봤지만 더 이상의 묘수가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새로운 묘수는 꼼수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계속되는 꼼수는 결국 대마가 몰살하는 '자충수'가 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