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총장은 24일 조선일보에 대한 정정보도 청구 소장을 서울 중앙지방법원에 접수시키기전 변호인을 통해 '정정보도청구 소송을 제기하며'라는 글을 공개하며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 글의 처음을 "제 개인 신상에 관한 일로 국가적·사회적 혼란과 논란이 벌어진 것에 대하여 공직자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라는 사과의 말로 시작했다.
또 "저는 제 개인 신상에 관한 논란이 더 이상 정치쟁점화되고, 국정에 부담이 되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문제로 청와대와 각을 세울 뜻이 없으며 조속히 사태가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음을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설령 법무부의 조사결과 저의 억울함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어차피 제가 검찰총장으로 복귀하는 것은 사실상 곤란할 것으로 사료됩니다."라며 감찰 결과에 따라 뒤따를 수 있는 청와대의 부담을 먼저 해소해주려는 몸짓을 취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보도가 나오자 "검찰을 흔들고자 하는 일체의 시도들에 대하여 굳건히 대처하겠다"고 말하거나 "보도가 나온 '저의'와 '상황'을 파악하겠다"고 말하는등 배후에 권력 핵심이 자리잡고 있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던 초기 자세와는 확연하게 달라진 점이다.
다만 "앞으로 '사인'으로 돌아가 더 이상 검찰과 국정에 부담이 되지 않는 '개인적 입장'에 서서, 저에 대한 의혹이 사실무근임을 모든 법절차에 따라 규명해나갈 것이며, 그것만이 이 혼란사태를 신속히 정리할 수 있는 길"이라고 방점을 찍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표 수리의 불가피성을 강조해 사실상 사표 수리를 거듭 요청한 대목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채 총장은 이날 박 대통령에게 개인적인 문제로 폐를 끼쳐 죄송하다며 사표의 조속한 수리를 요청하는 글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채 총장의 입장이 전해지자 검찰 내부에서도 "총장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재경 지검의 한 검사는 "자신이 처한 상황인식을 진솔하고 객관적으로 인식하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 역력하다. 청와대의 면을 세워줌으로 각을 세우기보다 문제 해결에 방점을 둔 것도 검찰 조직의 총수다운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한 검찰 고위관계자도 "일단 채동욱 총장이 고개를 숙인 것이니 이제는 검찰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청와대가 유연하게 나와야 되지 않겠느냐"며 "'진상규명이 먼저다'라는 입장을 고수하면 검찰조직의 혼란상황은 장기간 방치될 수 밖에 없지 않겠냐"라고 지적했다.
한 대검 관계자도 "진위야 소송을 통해 가려지겠지만 '검찰총장 부재상태가 장기화되는 것은 어느 모로 보아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총장의 문제의식에는 전적으로 동감"이라며 청와대의 후속 조치에 대한 기대를 표시했다.
채 총장이 자신이 꺼내들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꺼내놓으면서 이제는 청와대가 사태해결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청와대가 향후 선택할 카드의 종류도 매우 제한적이다.
문제의 핵심은 청와대가 지금까지 고수해온 '선(先) 진상규명, 후(後) 사표처리'입장을 계속 견지할지 여부다.
지금까지는 채 총장이 소송에 착수하지 않아 정부차원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개입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 어느정도 명분을 얻었지만 채 총장이 정정보도 소송을 시작하고 유전자 검사를 재삼 촉구하면서 이런 부분은 많이 희석됐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무리하게 강공책을 견지하다가는 검찰 내부의 역풍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채 총장의 요청대로 사표를 전격 수리할 경우, 소송결과 전까지 이번 파문은 봉합수순을 밟게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