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살의 적지 않은 나이에 국내 리그에 데뷔하게 된 차두리에게는 든든한 후원군이 있다. 바로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같은 방을 쓰며 친하게 지냈던 최용수(40) 감독이다. 당시 대학생 신분으로 파격적으로 거스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은 차두리는 베테랑 공격수 최용수와 한 방을 썼다.
에스테그랄(이란)과의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을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차두리는 최용수 감독과의 범상치 않은 인연을 공개했다.
“팀 동료였던 사람이 감독으로 있어 처음에는 어색했다”고 입을 연 차두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많이 편해졌다. 지난 6개월이 신선했다. 선수 때 보지 못한 의외의 면도 봤다. 사람이 이렇게 긍정적으로 많이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활짝 웃었다.
최용수 감독은 현역 시절 차두리의 아버지인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 아래에서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했다. 이 때문에 차두리는 대표팀에서 만나기 전부터 간접적으로 그에 대해 전해들을 수 있었다.
“선수 시절 굉장히 다혈질이라 아버지도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놓은 차두리는 “감독이 되고 나서 침착해지고 넓은 시야로 보고 있어 많이 놀랐다. 좋은 감독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후한 평가를 내렸다.
이어 “선수들과 굉장히 가깝게 지내며 마음을 잘 헤아린다. 시즌 초반에 팀이 어려운 상황일 때도 침착한 모습에 놀랐다”면서 “조급해 하지 않고 선수들이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경기할 수 있도록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감독”이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한 때 동료이자 지금은 자신의 소속 선수의 극찬에 최용수 감독도 상당히 고무된 모습이다.
그는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훌륭한 결과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왔다”면서 “좋은 기회가 왔을 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잡아야 한다. 이 기회가 내 지도자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한 승리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