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를 하루 앞두고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대만에서 국내로 극적으로 송환되면서 법정에 나와 증언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됐지만 재판부는 예정대로 선고를 강행했다.
대신 재판부는 '묻지마 회장님'으로 불리며 핵심인물로 지목된 김 전 고문의 인간됨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 전 고문을 두고 '허황되고 탐욕스러우며 도박성이 많이 있고 기만과 술수에 능하며, 자신의 능력으로 다른 사람을 조종하려고 하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쉽게 거짓말을 하는 등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재판부는 김 전 고문이 최태원 회장 형제로부터 받은 투자위탁금을 다른 사람들에게서 투자를 위탁받았다가 난 손실을 보전해주는데 썼다고 지적했다.
SK재무팀 소속 직원이 2009년 김원홍을 만나 면담한 뒤 작성한 보고서에는 김 전 고문의 허무맹랑한 발언들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 전 고문은 '사시, 행시 합격자 등 제자가 300명 이상으로 각계에서 활동한다'거나 '본인의 정보수집 능력은 삼성을 능가하고 사회 최고위층과 교분이 있다'는 식의 자기과시적인 발언을 일삼았다.
또 '본인이 못푸는 수학문제가 없고 영어실력은 국내 최고 실력', '지금이라도 국내 5대기업 회장 자리는 마음먹으면 할 수 있다'는 식의 허무맹랑한 소리를 늘어놓기도 했다.
최 회장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최 회장과의 신뢰관계는 상식 이상의 수준으로 일반인이 이해할 수 없다"며 과시했다.
앞선 재판과정에서도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힘든 김 전 고문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진술들이 나오기도 했다.
최 회장 측이 제출한 통화 녹취록에서 김 전 고문은 김준홍 전 대표에게 "대법원에 가면 무죄를 받을 수 있다"며 "내가 자료를 갖고 있으니 겁먹지 말라"고 하기도 했다.
김준홍 전 대표는 지난 7월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김 전 고문이 자신을 '묻지마 회장님'으로 지칭했고 최 회장 형제가 김 전 고문의 지시를 따르는 것 같아 무시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최 회장 측이 김 전 고문을 사건의 배후로 지목하면서 법정에 출석해 어떤 발언을 하는지에 따라 재판에 큰 변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국 증인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항소심 재판은 종결됐다.
최 회장 측이 상고한다고 해도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다투지 않기 때문에 김 전 고문의 입을 통한 SK사건에 대한 증언은 사실상 듣기 어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