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판 '타짜'…미인계로 재력가 꾀어 사기 도박

고급 헬스장 등에서 피해자 물색 뒤 '목카드'나 특수렌즈 사용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영화의 한 장면처럼 돈 많은 기업가나 의사 등을 사기 도박판에 끌어들여 수억원을 뜯어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사기 등의 혐의로 박모(59) 씨 등 5명을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또 오모(26·여) 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정모(54) 씨 등 달아난 3명을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 등은 강남 고급 헬스클럽에 다니는 사업가나 의사 등 재력가들에게 접근한 뒤 함께 골프를 치거나 식사를 접대하고 미모의 여성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이런 수법으로 친분을 쌓은 이들은 내기골프를 제안하고 고의로 돈을 잃어주면서 "카드나 한번 치자"며 도박판을 벌였다.

이들 도박단은 카드의 숫자나 무늬를 알 수 있도록 미리 카드 뒷면에 특별한 표시를 해놓은 이른바 '목카드'나 상대패의 숫자를 의미하는 수신호, 특수렌즈 등을 이용해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13차례에 걸쳐 5억 7000만 원 상당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피해자를 물색하는 모집책, 피해자들을 일당에게 소개하면서 수익금을 나누는 총책, '밑장빼기' 등의 기술을 부리는 타짜, 타짜의 기술을 도와주는 선수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치밀하게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들 사기 도박단의 조직력과 치밀함은 유치장에서도 계속됐다.

일당 가운데 한 명이 경찰서 유치장에 비치된 책을 빌리고 그 책 안에 "진술을 검찰에서 번복하라, 고소인과 합의를 하라"는 등의 내용을 적은 뒤 그 책을 반납하면, 또 다른 피의자가 같은 책을 대여해 지시에 따르면서 범죄은닉을 도모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박 씨 일당의 차에서 필로폰이 발견된 점과 “음료를 마신 뒤 정신이 혼미해졌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이들 도박단이 베팅금액을 올리기 위해 피해자들에게 필로폰을 먹인 것으로 보고 혐의를 추궁하고 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