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 당시 할머니는 추위를 피하려고 아래위로 옷을 8겹가량 입고 있었지만, 수년간 이웃들은 할머니가 숨졌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몰라 주위를 씁쓸하게 하고 있다.
30일 오전 11시 35분쯤, 부산진구 초읍동 2층 주택가의 1층 쪽방.
집주인 김모(64)씨는 수년간 월세도 내지 않고 집을 오가는 인기척도 들리지 않은 A(여·67)할머니 집을 찾았다.
A씨는 6㎡ 정도 되는 이 쪽방에 보증금 7백만원, 월 10만원에 계약하고 1999년부터 살기 시작했다.
A씨가 5~6년간 월세를 내지 않아 보증금에서 다달이 돈을 깎아왔던 김씨는 수차례 A씨 집 문을 두드렸지만, 인기척이 나지 않자 이날 예비키를 들고 현관문을 열었다.
하지만, 입구와 방을 잇는 방문이 굳게 잠겨 있는 것을 확인하고 또 발걸음을 돌리려다 주위에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112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씨 방문을 열자 아연실색했다.
좁은 방안은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미줄이 겹겹이 처져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A씨의 이름을 부르며 거미줄을 손으로 치우는 순간 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방 한가운데는 아래위로 옷을 8~9겹 입고 목장갑을 낀 A씨가 반듯하게 누워 백골상태로 숨져 있었다.
경찰은 A씨의 건강보험료가 2008년 8월 이후 체납돼 독촉장이 쌓여 있고, 검안의의 감시 결과 A씨가 숨진 지 5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2001년부터 약 4년간 부산의 한 사찰에서 청소하는 일을 하는 것 외엔 별다른 사회생활이나 이웃과의 왕래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경찰은 A씨의 이복 오빠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어렵사리 연락이 닿았으나 '어릴 때 헤어진 이후 수십 년 째 못 보고, 연락도 안한 사이'라며 현장확인과 시신 수습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기초생활급여 신청도 하지 않아 정기적으로 A씨를 챙기거나 방문하는 사람도 없었다.
관할 초읍동사무소 관계자는 "기초생활급여 경우 당사자나 이웃이 신청해야 관할 지자체의 사회적 관리망에 포함된다. 복지의 사각지대 있는 노인들을 찾아내기 위해 몇 년 주기로 전수조사를 하는데 A씨의 경우 주민등록상 주소와 실제 거주지가 달라 찾아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가 두꺼운 옷을 겹겹이 입고, 냉장고에 음식재료가 아예 없었던 점으로 미뤄 굶거나 얼어 죽은 것으로 보고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가린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