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인용' 파문…KBS 내부 갈등 '심화'

(사진=KBS '뉴스9' 영상화면 캡처)
지난달 30일 KBS '뉴스9'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관한 TV조선의 보도 내용을 그대로 인용 보도한 것과 관련해 내홍이 심화되고 있다.

'KBS뉴스의 TV조선 보도 내용 인용 보도'와 관련 KBS 기자협회가 2일 기자총회를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KBS노조가 이날 성명을 내고 긴급 공방협 개최를 요구하는 한편 언론노조 KBS본부도 성명을 통해 사측을 강하게 비판해 내부 갈등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KBS노조는 성명문을 통해 "공정방송사수대는 이미 보도책임자로서의 신뢰와 자질을 상실하고 9시뉴스를 이렇게 처참하게 망치고 있는 김시곤 보도국장을 해임시키기 위해 긴급 공방위를 소집하기로 결정했다"며 "사측이 이번에도 유야무야 넘어가려 한다면 이제는 그 칼날이 사상 최초 사상 최대 규모의 본사계열사 동시 연대총파업을 통해 길환영 사장을 직접 겨눌 것임을 분명하게 경고한다"고 밝혔다.

또한 "KBS노조가 파업을 잠정 중단한 바로 그날 사측은 점점 더 궁지로 몰리고 있는 박근혜 정권을 호위하기 위해 'TV조선 베끼기'도 모자라 이를 톱으로 두 꼭지씩이나 보도하는 전대 미문의 만행을 저질렀다"며 "지극히 정파적이고 영향력도 미미한 일개 종편뉴스의 일방적인 보도를 이렇게 더러운 방식으로 인용한 적이 있었던가. 이렇게 무자비한 방식으로 기자들의 자존심과 양심을 짓밟은 적이 있었던가"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도 1일 '조선일보 이중대로 전락한 KBS뉴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임창건 보도본부장과 김시곤 보도국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KBS 기자가 단 한 줄도 취재하지 않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언론의 보도를 그대로 베껴 톱으로 두 꼭지를 보도한 경우는 아마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뉴스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 아닐까 한다"며 KBS뉴스는 정권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 조선일보의 이중대로까지 전락했다. 어제 뉴스를 주도한 임창건 보도본부장과 김시곤 보도국장은 엄중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어 "KBS 법조 취재기자들은 TV조선의 보도 내용을 인용해야 한다면 한 꼭지로 채동욱 전 총장의 반론과 함께 다루자고 수정 제안했지만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은 이를 무시했다"며 임창건 보도본부장과 김시곤 국장은 오히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일이지 웬 말이 많냐'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혼외 아들 의혹 보도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검은 거래를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조선일보>나 TV조선의 보도 내용은 한 번쯤 의심을 해 보는 것이 당연하고 인용이 불가피할 경우 철저한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그러나 어제 KBS뉴스는 보도 내용을 확인하려는 노력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TV조선의 보도를 재방송하면서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고 아무런 증거도 없이 마치 혼외 아들이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는 뉴스를 보면서 KBS뉴스가 이제는 조선일보의 데스크까지 받고 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2일 '차라리 수신료 포기 선언을 해라!'라는 성명에서도 "채 전 총장과 법적 다툼까지 벌이고 있는 언론사 종편의 취재물을 최소한의 확인절차도 없이 녹취를 받아서 톱으로 방송한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면서 "또한 담당기자가 강하게 반발하는데도 우격다짐으로 제작하게 함으로서 KBS 기자들의 자존심마저 짓밟아버렸다"고 다시한번 강하게 비난했다.

KBS 기자협회도 "운영위원들이 각 부서 기자들의 의견을 취합해서 의견을 모으고 있다"며 2일 밤 9시 기자총회를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현재 일부 기자들이 보도국장 신임투표에 돌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알려진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총회에서 간부들에 대한 불신임 투표나 제작거부 같은 강도 높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편 지난 30일 KBS '뉴스9'는 전날 채 전 총장과 관련해 5꼭지를 보도하면서 △임 여인 가정부 "채동욱 혼외 아들 맞다" △"임 여인, 아이 아버지 발설 말라 협박" 등 두 꼭지를 TV조선 보도를 그대로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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