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그룹 계열사들은 금융기관 대출이 아닌 회사채 등 시장성 차입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금융당국의 통제권 밖에 있었다.
금융권 여신이 일정 규모 이상이면 금융기관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어야 하는 등의 방식으로 당국의 간접적 ‘관리’를 받는 주채무계열 제도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에 따라 주채무계열 제도를 중심으로 기업 및 은행 부실을 사전 감지, 차단할 수 있는 조기경보시스템 보완에 나섰다.
하지만 이 제도를 어떻게 고치든 또 다른 부작용이 예상되고 제도 자체에도 허점이 있어 난항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계 일각에선 동양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회사채나 CP(기업어음)도 주채무계열 지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금융기관 대출이 많지 않은데 무슨 근거로 금융기관이 개입할 수 있느냐 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투자자 보호나 금융권 건전성 유지 측면에선 도움이 되겠지만, 본의 아니게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웅진과 STX그룹의 부도 사태를 보면, 주채무계열 제도 자체도 이미 허점을 드러내놓고 있다.
웅진그룹은 주채무계열에 포함돼 있었기에 지난해 4월 재무구조 평가를 받아 정상 판정을 받았음에도 5개월 만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역시 주채무계열이던 STX그룹도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고 자구 노력을 벌였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부도에 직면했다.
금융위원회 김용범 금융정책국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일부에선 이 제도 자체의 유용성에 대해 계속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면서 “이 제도를 계속 끌고가야 되느냐 그런 면도 우리가 감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정책수단에 대한 당국의 고민이 깊어가는 가운데, 보다 신속하고 능동적인 정책 집행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