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팅리 살린 유리베, 내년에도 다저스 맨(?)

'감독님, 저 놓치지 마세요' 8일(한국 식각) 애틀랜타와 디비전 시리즈 4차전에서 역전 결승 홈런을 때린 LA 다저스 후안 유리베(왼쪽). 이날 승리로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오른쪽)은 4차전 선발 투수 논란에서 벗어날 계기를 마련했다.(자료사진=임종률 기자)
8일(한국 시각) 4년 만에 내셔널리그(NL) 챔피언십 시리즈(CS) 진출을 확정한 LA 다저스. 애틀랜타와 NL 디비전 시리즈(DS) 4차전에서 4-3 역전승을 거두며 3승(1패)에 선착했다.


이날 경기는 다저스로서는 매우 중요했다. 이날 패하면 10일 적지에서 5차전을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5차전 선발은 지난 5일 6이닝 2실점 호투에도 패전을 안은 잭 그레인키였다. 우완 에이스다운 활약에 기대를 걸 수 있겠지만 어쨌든 꺼림칙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날 경기 전 뜨겁게 달아오른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의 선발 등판 논란 때문에라도 꼭 이겨야 했다. 다저스는 당초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돈 매팅리 감독이 "4차전 선발을 리키 놀라스코"라고 공언했다가 경기 당일 커쇼로 바꿨다. 연막 작전과 꼼수 논란이 불거졌다.

만약 이날 경기를 내줬다면 매팅리 감독을 비롯해 다저스 구단 수뇌부는 거센 비난 여론에 시달릴 게 뻔했다.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내민 필승카드가 실패로 돌아간 데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상황이었다. 여기에 만에 하나 5차전까지 내줘 CS 진출에 실패했다면 확실시되던 매팅리 감독의 재계약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될 터였다.

설상가상으로 경기도 자못 이상하게 꼬이는 분위기였다. 커쇼가 기대대로 잘 던지던 가운데 2-0으로 앞선 4회 수비진의 잇딴 실책으로 동점이 된 것. 여기에 커쇼가 물러난 뒤 7회 1점을 내주며 역전까지 허용했다. 리그 최강의 애틀랜타 불펜을 감안할 때 승부가 사실상 결정된 듯했다.

▲2년 동안 먹튀 유리베, 올해 대박 활약

하지만 8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후안 유리베가 야시엘 푸이그의 2루타에 이어 통렬한 2점 홈런으로 승부를 뒤집은 것. 앞서 2번의 번트 실패의 실망감을 단숨에 뒤집은 한방이었다.

결국 다저스가 4-3으로 이기면서 유리베의 아치는 결승타가 됐다. 매팅리 감독과 다저스를 살린 천금의 홈런이었다.

사실 유리베는 지난 201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다저스로 이적한 이후 지난해까지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2010년 24홈런 85타점을 올리며 샌프란시스코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일조한 유리베는 2011년 부상 등으로 마이너리그를 오가며 빅리그 77경기 타율 2할4리 4홈런 28타점에 그쳤다.

지난해도 66경기 타율 1할9푼1리 2홈런 17타점에 머물렀다. 3년 2100만 달러(약 225억 원) 몸값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었다. 34살 노장인 탓에 3년 계약이 만료되는 올 시즌 뒤 거취도 불투명했다.

하지만 올해 철벽 수비와 함께 타율 2할7푼8리 12홈런 50타점으로 부활 기미를 보였다. 지난달 10일 애리조나전에서는 생애 처음으로 홈런 3방을 몰아치는 괴력을 뽐냈다. 지난 7월 6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는 홈런과 3루타, 2루타 등으로 7타점을 쓸어담으며 류현진의 7승을 도왔다.

그러더니 중요한 포스트시즌 고비에서 천금의 한방을 쏘아올렸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MLB.com)도 "잊혀졌던 남자 유리베가 전설의 영웅으로 돌아왔다"고 호평했다. 유리베는 "지금 이 순간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며 감격적인 소감을 밝혔다. 매팅리 감독도 "왜 유리베에게 번트를 지시했을까"라며 웃었다.

유리베는 류현진과 끊임없이 장난을 하는 절친으로 국내 팬들에게 친숙하다. 이날 강력한 임팩트를 준 만큼 내년에도 류현진과 격의 없이 노는 모습을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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