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자유무역 강조하면서 TPP는 외면한 까닭

경제적, 정치적 파장 고려한 때문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무역자유화를 강조하면서도 환태평양 지역 자유무역 체제라고 할 수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는 관심표명조차 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APEC 정상회의 세션 1 선도발언에서 “APEC 내에서는 자유무역을 위한 여러 논의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의 궁극적 목표인 아태자유무역지대(FTAAT)라는 큰 강을 향해 RCEP(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와 TPP 같은 다양한 지류들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당초 TPP 참가 의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됐던 박 대통령이 원론적인 수준으로 언급을 자제한 이유는 경제적, 정치적 파장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동북아의 최근 정세가 한국의 운식의 폭을 잔뜩 좁혀놓아, '결단'이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TPP 참여의 효용성에 대해 실익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일단 정부는 일본이 참여의사를 밝힌 이상 우리도 '언젠가는' 회원국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자유무역협정(FTA)이 경쟁국을 염두에 둔 프로젝트인 만큼, 수출분야 주력항목이 겹치는 일본이 TPP를 통해 무역자유화 헤택을 받는다면 우리도 뒤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TPP가 국유기업의 불공정한 행위에 대한 규제, 정부조달, 지식재산권, 노동, 환경 등 모든 면에서 높은 자유화 기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업종에 따라 피해가 크다는 점에서 선뜻 참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무엇보다 17차례 협상에도 당사국들 간 민감한 이해관계 때문에 TPP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참여를 공식화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 당국자는 "모든 FTA마다 피해를 보는 업종이 격렬한 반발을 하게 되고 향후 대책을 요구하는데, 굳이 참여의사를 밝혀봤자 국내 혼란만 올 게 뻔하다"며 "TPP 협상 내용을 지켜본 뒤 한국이 참여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이미 중국을 구심점으로 하는 RCEP에 참여한 상태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TPP까지 가입하면, 현재 추진중인 한중 FTA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려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것도 '의도적인 TPP 외면'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한국은 미국의 대중국 방어망이라고 평가되는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할 가능성을 열어놓는 등 한미일 안보 공조에 빨려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중국과는 관계가 어려워 질 수 있는 시점인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자유무역권을 만들어 대중국 무역적자를 줄여보겠다는 미국 주도의 TPP에는 중국 배려 차원에서 참여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시진핑 주석은 APEC에서 "중국은 아태지역의 긍정적 융합을 위한 매커니즘을 준비할 것"이라며 미국 주도의 TPP를 경계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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