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공신이 박병호다. 이날 1회 솔로 홈런을 비롯해 3회 고의 4구, 6회 볼넷 뒤 리드를 안기는 득점, 9회 이택근의 후속 타순으로 대기 타석에서 무력 시위까지 박병호의 존재감이 확실하게 발휘된 1차전이었다.
박병호는 1-0으로 앞선 1회 두산 선발 니퍼트의 기세를 꺾는 중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경기 초반 힘이 실린 니퍼트의 시속 150km 직구를 받아쳐 가장 먼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높게 몰린 공이긴 했지만 힘으로 이겨낸 것이다.
올해 37홈런, 117타점, 장타율 6할2리 모두 1위에 오른 파워가 여실히 드러났다. 다른 넥센의 홈런 타자들과 비교하면 박병호의 괴력은 더욱 두드러진다.
박병호 홈런 이후 타석에 들어선 5번 타자 강정호. 지난해 25홈런에 이어 올해도 22개의 아치를 그린 만만치 않은 장타력의 소유자다.
강정호는 니퍼트의 초구를 때려 외야로 타구를 날렸다. 하지만 공은 크게 뻗지 못하고 중견수 이종욱에게 잡혔다. 박병호의 홈런 때와 거의 같은 코스의 높은 직구였고 똑같이 중계 화면에 148km 구속이 찍힌 공이었다.
힘이라면 알아주는 이성열도 마찬가지였다. 2010년 24홈런을 기록한 뒤 올해 18홈런을 날리며 장타력이 부활한 이성열이었다.
2회 무사 1루에서 이성열은 볼카운트 3볼-1스트라이크에서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카운트를 잡기 위한 니퍼트의 가운데 다소 높은 직구였고, 중계 화면에는 145km가 찍혔다. 그러나 큼직한 타구는 워닝 트랙 바로 전에서 역시 중견수 이종욱에게 잡히고 말았다.
초반 니퍼트가 던진 거의 같은 코스의 직구에 넥센의 대표적인 세 장타자의 결과가 달랐던 셈이다. 정확히 말하면 박병호와 나머지 두 타자 타구의 질이 달랐던 것이다.
경기 후 박병호는 "니퍼트 공에 힘이 있어서 짧게 끊어치려 했는데 가운데 높은 공이었다"면서 "중심에 맞아서 힘이 실렸던 것 같다"고 홈런 상황을 설명했다. 짧게 끊어치려고 했는데 넘어갔다는 것이다. 공포와 괴력의 박병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