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출연" 미끼로 수억 뜯어낸 엉터리 방송

대놓고 금품 요구 대신 '도서기부금' 내라고 제안해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식당 주인들로부터 맛집 방영 프로그램 출연과 도서기부금 명목으로 수억 원을 받아 챙긴 케이블 방송 외주제작사 대표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8월까지 맛집 소개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방송에 출연하는 식당 업주들에게 "도서 기부금을 내라"며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배임증재)로 외주제작사 대표 김모(32) 씨를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김 씨는 전국의 479개 식당 업주들을 섭외하면서 "도서 기부금을 내면 방송 출연과 함께 모교에 도서 기부를 할 수 있고, 이 금액은 연말에 전액 세금공제 받을 수 있다"고 속여 8억 749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처음에 '방송제작비' 명목으로 식당 업주들에게 돈을 요구했지만, 업주들이 이에 응하지 않자 '도서 기부'를 내세워 돈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당 업주들은 모교에 도서를 기부할 수 있는데다 연말에 전액 환급받을 것으로 기대해 1인당 200만 원 상당의 돈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김 씨는 이렇게 가로챈 돈의 극히 일부만 도서 기부에 사용했고, 나머지 돈은 회사 운영비와 본인의 결혼식 및 외제차 구입 비용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애초에 맛집 식당도 인터넷에서 무작위로 선정했으며, 직원들에게는 섭외 실적에 따라 수당을 차등 지급하는 등 더 많은 식당을 섭외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케이블 방송사 편성제작국장 등 전직 간부였던 임모(43) 씨와 홍모(40) 씨는 김 씨로부터 프로그램 송출료 및 사전검수 편의 청탁 등의 명목으로 18차례에 걸쳐 4400여만 원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배임수재)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관계자는 "케이블 방송사들 사이에는 외주제작사에 프로그램 제작비를 지원하지 않고 오히려 프로그램 방영을 대가로 송출료를 받는 관행이 있다"며 청탁 배경을 설명했다.

김 씨는 "케이블 방송사가 프로그램 제작비를 지원하지 않으면 외주제작사들은 출연자들에게 방송 제작 협찬을 받는 것이 관행"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방송의 공익적 목적에 반해 무작위로 선정한 맛집을 '여론조사 결과 최고 맛집' 등으로 소개하며 시청자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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