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용판 전 서울청장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은 "서울청이 증거분석 결과를 일부 누락한데다 수사팀이 수사에 활용가능한 형태로 전달하지 않아 사실상 '은폐'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지난해 12월 18~19일 서울청 디지털 증거분석팀이 수서서 수사팀에 전달한 하드디스크와 CD 분석결과물을 검증했다.
검찰에 따르면 수서서 수사팀은 12월 17일부터 서울청 분석팀에 분석결과물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 이후 언론보도를 통해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서울청은 뒤늦게 하드디스크와 CD를 보냈다.
검찰은 "서울청이 보낸 하드디스크는 전용 케이블이 없으면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데다 단순한 목록 정도만 열거돼 있다"며 서울청이 부실한 분석결과를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또 "리스트를 생성하는데는 큰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데 리스트만 포함돼 있고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빈번하게 드나드는 등 분석 결과에 대한 내용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은 서울청에서 작성한 다른 사건의 증거분석결과 보고서를 제시하며 "사건과 연관있는 결과가 나오면 모니터 화면을 캡처하고 해당 이용자가 로그인을 한 흔적 등을 확인해 보고서에 첨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청에서는 이처럼 의미있는 자료를 넘겨주지 않고 기계적으로 리스트 정도만 넘긴 것인데, 어떻게 정상적으로 자료를 준 것으로 볼 수 있나"고 반문했다.
또 "(서울청에서 건네받은 리스트만으로는) 10번 가까이 클릭해 일일이 찾아 들어가야 한다. 어렵게 찾아 들어가도 육안으로 쉽게 확인이 불가능한 코드 형태의 자료만 나온다"고 설명했다.
"수사관들이 자료를 찾기도 힘들고 읽기도 힘드니 이를 활용하기 쉽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전문 분석관의 일"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서울청의 '은폐'로 인해 수사팀은 건네받은 자료를 제대로 확인조차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한편 검찰은 서울청이 "한정된 시간 내에 결과를 내놓으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분석을 위한 키워드를 4개로 축소한 것에 대해서도 "사전 일괄 작업을 할 수 있어 인코딩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거나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