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 “SAT문제 유출, 앞으로 더 심해질 것"

-한국 교육풍토에선 SAT문제 유출 막을 방법 없어



■ 방 송 : FM 98. 1 (18:00~20:00)
■ 방송일 : 2013년 10월 10일 (목)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범 교육평론가

◇ 정관용> 미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SAT 문제유출 의혹이 제기돼서 검찰이 수사에 나섰네요. 지난 3월 미국에서 출제됐던 문제를 일부 어학원이 유출해서 그 시험지를 가지고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런데 며칠 전이죠. 지난 5일 국내에서 치러진 시험문제가 똑같았다. 그래서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만약 사실이라면 벌써 세번째 유출인데요. 어떻게 봐야할지 생각 좀 나눠보겠습니다. 미국 SAT 문제유출 의혹 학원가의 스타강사에서 지금은 교육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범 씨의 도움 말씀을 듣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범>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SAT, 우리나라 수능시험하고 비슷한 거예요?

◆ 이범> 영어로 이게 Scholastic Aptitude Test니까요. 정확하게 대학수학능력평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정관용> 어떤 문제들이 어떤 방식으로 출제가 돼요?

◆ 이범> 일단 SAT는 필수과목이 있고 선택과목이 있는데요. 흔히 필수과목이라고 불리는 것은 우리말로 치면 언어영역하고 수학 두 가지의 영역으로 구성돼 있는데 총점이 2,400점이고요. 그리고 선택과목이 무려 20가지나 있습니다.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원하는 시기에 신청해서 시험을 보고 혹시 시험점수가 마음에 안 들면 다음에 또 볼 수도 있고. 이런 유형의 시험이죠.

◇ 정관용> 우리는 수능시험을 한 번에 다 보는데 여기는 1년에 몇 번 보나보죠?

◆ 이범> 그렇죠. 우리나라 수능하고 오지선다라는 점은 같습니다마는 우리나라 수능은 1년에 한 번 보고 쭉 줄만 세우는 상대평가 기능만 가진 시험인데 비해서 SAT는 1년에 일곱 번 치릅니다. 그러니까 토익시험 같은 것 연상하시면 되죠.

◇ 정관용> 그렇죠.

◆ 이범> 토익이라는 게 같은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언제 어디서 보든 비슷한 성적이 나오게 돼 있지 않습니까? 그런 식으로 해서 절대평가 기능을 가지게 된 시험이죠.

◇ 정관용> 우리나라에서 이 시험을 보는 사람들은 미국 대학으로 가려고 하는 그런 학생들이겠군요?

◆ 이범> 당연하죠. 미국 대학에서 입학요건으로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년 한국 학생들이 1,000명 정도 매번 응시한다고 돼 있는데요. 그러니까 매번 1,000명 정도 응시하는 거니까 1년 연단위로 치면 그것의 몇 배를 봐야 되고 따라서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SAT를 본다고 봐야합니다.

◇ 정관용> 그렇군요. 한국에서도 그러면 일곱 번이나 시험을 쳐요?

◆ 이범> 일곱 번 다 치르지는 않고요. 대개 네 번, 다섯 번 정도 치르는데. 올해 들어 그런 일이 있었죠. 5월에 한국에서 보는 시험이 갑자기 전면 취소된 적이 있고요.

◇ 정관용> 그랬죠.

◆ 이범> 6월에는 일부 응시자들의 응시자격을 박탈한 이런 경우들도 있었고 그랬습니다.

◇ 정관용> 그게 다 시험문제 유출 그 문제 때문이었지 않습니까?

◆ 이범> 다 그렇게 추정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이게 미국에서는 지난 3월에 이 SAT 시험을 치렀단 말이에요. 그런데 시차를 두고 똑같은 문제를 지난 10월 5일 치러진 한국에서의 SAT 문제를 냈다 이거 잘 이해가 안 가거든요. 실제 그렇습니까?

◆ 이범> 이런 경우가 과거에도 종종 있었는데요. 우리가 가진 시험에 대한 상식이 조금 다릅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수능은 딱 1년에 딱 한 번 보고 줄만 서면되기 때문에 수능 본 저녁에 바로 문제를 다 공개하죠. 그러니까 문제유출이라는 게 사실 좀 수능의 경우에는 말이 안 되는 얘기인데, 정부에서 알아서 공개하는 거니까요. 그런데 SAT는 1년에 일곱 번을 보면서 또 절대평가 기능을 가지게 하려다 보니까 당연히 문제은행식으로 관리가 됩니다. 그러니까 출제되었던 문제가 거의 같거나 아주 비슷한 문제로 다시 나오는 경우가 아주 자주 있는 거죠. 그리고 심한 경우에는 이번에 본 것처럼 3월에 미국에서 치렀던 시험하고 똑같은 시험지가 한국에서 치러진다든지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는 겁니다.

◇ 정관용> 그러면 그 문제지를 유출하는 거 자체가 위법입니까?

◆ 이범> 당연히 위법이죠. 그러니까 문제가 유출이 돼서 기출문제가 막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그 문제를 미리 보고 그것을 공부한 학생들은 당연히 그와 같은 문제가 또 출제가 되었을 때 유리해질 것 아닙니까?

◇ 정관용> 당연한 얘기죠.

◆ 이범> 그러니까 이 시험구조에서는, 그러니까 문제은행을 활용한 절대평가 기능을 가진 이런 시험에서는 문제가 유출되면 안 되는 겁니다. 이것은 비단 SAT만이 아니라 사실은 토익이나 토플 다 마찬가지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문제유출을 해서라도 높은 점수를 올리는 것이 그렇게 노력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 양 이렇게 생각해 왔기 때문에 문제유출에 대해서 별로 어떤 범죄라는 의식이 없는 거죠.

◇ 정관용> 그런데 그 문제유출도 유형이 여러 가지일 텐데요. 시험지를 가져가지 못하게 했는데 예를 들어서 시험지를 몰래 가지고 나왔다. 이거 분명한 유출일 겁니다. 그렇죠?

◆ 이범> 네.

◇ 정관용> 그런데 내가 미국에서 시험을 본 사람이, 내가 시험을 봤더니 이러이러한 문제가 나오더라라고 기억에 의존해서 이야기하는 이것도 유출입니까?

◆ 이범> 그것도 조직적으로 했으면 유출로 봐야 되죠. 그러니까 SAT에 관련된 부정은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는데요. 첫번째는 조직적으로 시험지를 한 장씩 찢어오거나 또는 나중에 관리가 강화되니까 정해진 부분을 미리 외워오는 이런 식으로 유출을 하는 거죠.

◇ 정관용> 여러 명이 가서 누구는 1번부터 5번까지 외워오고, 이런 식으로?

◆ 이범> 네. 찢거나 외워서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이런 유형이 있고요. 두번째 유형은 2010년에 한 번 적발됐었는데 시차를 이용한 방법입니다. 그 해 태국하고 미국에서 같은 시험지로 시험을 본다라는 것을 확인하고 같은 날이긴 하지만 미국하고 태국하고 시차가 있지 않습니까?

◇ 정관용> 그렇죠.

◆ 이범> 태국에서 미리보고 시험문제를 이메일이나 팩스나 전화로 미국으로 전송을 해 주는 거죠. 이런 방법이 있고. 세 번째로 대리시험을 하는 방법이 있고요. 세 가지 유형의 부정이 있습니다.

◇ 정관용>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시험문제 유출 관련인데. 그러니까 한두 사람이 아, 내가 3월에 봤더니 문제가 이렇더라, 이런 게 아니라 조직적으로 행해지니까 문제다. 이 말씀이군요?

◆ 이범> 특히 우리나라 검찰에서도 여러 번 적발한 적이 있지만 SAT 학원들이 있지 않습니까? 학원들에서 강사들이 조직적으로 유출을 하고 또 심지어는 그런 행위에 학원 수강생들을 참여시키고 또 문제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비싸게 팔고. 이런 일을 조직적으로 벌이면서, 이미 여러 차례 문제가 된 적이 있었죠. 이번에 또 문제가 된 겁니다.

◇ 정관용> 학원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족집게 학원으로 소문나면 학생들이 몰릴 것이고 돈을 엄청 번다, 이거겠죠?

◆ 이범> 당연한 거죠.

◇ 정관용> 어느 정도 법니까? 이렇게 하면.

◆ 이범> 우리나라의 사교육 시장이 다양하게 있습니다만 그 중에서 시간당 사교육비가 가장 많이 드는 사교육 시장이 바로 SAT 시장입니다.

◇ 정관용> 그래요?

◆ 이범> 네. 그래서 미국으로 유학 갔던, 조기유학 갔던 학생들이 방학 때가 되면 한국으로 와서 SAT 강의를 듣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때 받는 수강료가 시간당으로 따지면 우리나라의 어떤 종류의 다른 사교육보다도 더 높게 나옵니다.

◇ 정관용> 얼마쯤 해요? 시간당.

◆ 이범> 10회 듣는데 500만원이다, 이런 경우도 가끔 있죠.

◇ 정관용> 그러면 한 번 듣는 데 50만원?


◆ 이범> 네.

◇ 정관용> 참, 이게 요지경 속이네요. 조기유학을 가서 미국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왔다 이거 아닙니까? 그럼 그냥 미국에서 공부해야지 왜 한국에 와서 학원을 다닌답니까?

◆ 이범> 우리가 미국 교육시스템을 좀 이해해야 되는 부분이요. 미국은 어지간한 대학 가려면 물론 SAT 같은 시험을 봐야 되는데 고등학교에서 SAT 문제집을 안 풀어줍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이범> 굉장히 우리는 이해가 안 되지만. 만일 수능을 봐야 하는데 수능시험을 학교에서 풀어줘야 되는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는데. 가만히 생각하면 미국 고등학교에서는 이것을 안 풀어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못 풀어주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SAT는 1년에 일곱 번이나 보거든요. 또 심지어 작년에 미리 본 학생, 재작년에 미리 본 학생, 그 점수 다 인정이 되거든요. 이번에 무슨 과목을 봤다가 못 봤다고 또 보는 학생, 별의 별 학생이 다 섞여 있는데 학교에서 어느 장단에 맞춰서 풀어주겠습니까? 그러니까 학교에서 못 풀어주는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 미국 학생들은 대학갈 생각이 있으면 SAT 준비는 스스로 하는 거군요.

◆ 이범> 원래 스스로 하는 거였죠. 그런데 미국에서 최근에 한국식 학원, 중국식 학원 그런 SAT 준비 학원이 늘어나면서 요즘 대도시 중심으로 백인들도 꽤 SAT 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 정관용> 이게 벌써 몇 번째 나오는데 그럼 이런 걸 좀 방지할 방법, 대책 같은 거는 없습니까?

◆ 이범> 사실 우리나라와 같은 교육풍토에서는 이게 백약이 무효라는 느낌도 드는데요. 왜냐하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명문대 선호도가 워낙 높고 사실 미국 유학 가는 것도 사실은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약간 대안교육을 찾아서 유학 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한국보다 더 우월적인 어떤 학벌을 갖기 위해서 유학 가는 경우들도 많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이범> 이런 입장에서는 SAT 점수를 최고로 높게 받아서 최대한 명문대를 갈 수 있는 확률을 높이자 이런 식의 접근을 하게 된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부정 같은 것들이 일어날 수 있는 그런 풍토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거죠.

◇ 정관용> 그래서 방법이 없어요?

◆ 이범> 제가 보기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점점 악화될 가능성이 크고요. 그래서 아주 극단적으로 사실 2010년 이후에 관리가 강화된 나라가 한국하고 태국하고 베트남이거든요. 그래서 태국하고 베트남은, 이 태국이나 베트남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유출했거나 이런 정황 때문에 강화된 게 아니고요. 한국 사람들이 태국이나 베트남을 활용한 거예요. 가까우니까 거기 가서 시험보고 시차를 활용한다든지 문제를 유출한다든지 이런 일을 벌이는 바람에 한국, 태국, 베트남이 같이 관리가 강화됐는데 점점 더 악화되고 있죠. 올해는 SAT 100여 년 역사에 최초로 한국에서 시험이 전면 취소된다든지 이런 일도 벌어졌고. 향후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아마 SAT의 한국인 응시를 더 폭넓게 제한하거나 최악의 경우 극단적인 경우 아예 한국인은 시험을 못 보게 하거나. 이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봅니다.

◇ 정관용> 그런데 이범 씨가 백약이 무효고 방법이 없다고 그러면 어떻게 해야지 좋습니까? 이거 정말 대책이 없어요.

◆ 이범> 그러니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줘야 되지 않습니까? 우리는 우리 수능구조에서는 문제유출이라는 게 아무것도 상관이 없는 일이지만 절대평가의 그 문제은행식으로 가야 되는 시험에서는 문제를 유출하면 안 되는데. 외국 학생들은 문제지를 가져가지 말라고 하면 안 가져간다는 거예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 이범> 그런데 한국 학생들은 꼭 가져가고 한다는 거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조금 더 찬찬히 고민을 해 봐야 되겠습니다. 아직까지는 참, 방법이 안 떠오르는군요. 고맙습니다.

◆ 이범>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교육평론가 이범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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