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파 계보도, 퍼즐 맞췄다" 와해 시간문제

부산지검, 1년여 수사 끝에 칠성파 조직원 230여명 실체 확보

지난 2011년 10월, 동구 모 호텔 앞에서 칠성파 조직원 수십명이 결속을 다진다는 명목으로 도열해 90도 굴절인사를 하는 모습. (사진=부산지검 제공)
검찰이 22년 만에 폭력조직 칠성파 우두머리 등 핵심 조직원 25명을 무더기 구속기소한 가운데 세대교체를 이룬 칠성파의 계보를 모두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50여 년간 보복 폭행, 살인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르며 전국 최대 규모의 폭력조직 명맥을 유지해온 칠성파가 와해 수순을 밟을지 주목된다.

칠성파는 1960년대 초 부산지역 중심가를 기반으로 결성돼 1980년 중반 이후, 경제 호황에 편승해 유흥, 향락업소, 오락실 등으로 막대한 수입을 바탕으로 부산 폭력계의 주도권을 장악해 왔다.

수십 년간 수사기관의 집중 단속으로 와해, 재결성 과정을 거친 칠성파는 극악무도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조직 안팎을 관리하며 현재까지도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칠성파가 연루된 대표적인 사건은 1993년, 신20세기파 행동대장 살해사건.

1993년 7월쯤, 칠성파 행동대장 등은 세력 확장을 견제한다는 목적으로 신20세기파 행동대장을 흉기로 10차례 넘게 무차별 난자해 살해했다.

영화 '친구'에서 칠성파 행동대장 정모(유오성 역) 씨 등 조직원들이 신20세기파 행동대장 김모(장동건 역) 씨를 살해하는 장면은 이 사건을 영화화한 것이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자 실제 주인공인 칠성파 행동대장 정모 씨 등은 곽경택 감독을 협박해 3억원을 뜯어냈다가 공갈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또, 2007년 칠성파 조직원들이 서면파 조직원들로부터 구타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칠성파에서 신망받던 김모(32) 씨가 보복차원으로 같은 해 12월, 상대 서면파 조직원을 무참히 살해했다.

김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 항소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아 현재까지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사건마다 보복행위의 당사자들은 수사기관에서 칠성파 조직에 관한 진술에 대해 철저히 묵비권을 행사하고, 우발적인 개별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범죄행위가 반복돼도 이들의 범죄단체 활동을 수사기관이 입증하기 어려운 이유다.

칠성파의 한 조직원이 잔혹한 범죄로 철창신세를 져도 다른 칠성파 조직원들이 정기적으로 면회, 수발하는 등 이른바 '관리'를 해와 부산지역 최대 규모의 폭력조직의 지위를 유지해올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칠성파 2대 우두머리인 한모(46) 씨를 비롯해 핵심 조직원 25명을 무더기 구속기소한 것은 칠성파를 와해시키기 위한 수순을 밟은 적극적인 행보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무더기로 구속된 핵심 조직원들은 모두 1976년생부터 1989년생까지로 경찰과 검찰의 이른바 '관리 대상'에 오르지 않은 인물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1여 년에 걸친 수사를 벌여 이들의 범죄단체 활동에 대한 증거를 다 확보했다.

무엇보다 큰 성과는 세대교체를 통해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던 칠성파 조직원 230여 명의 인적 사항과 계보를 파악했다는 것이다.

부산지검 강력부 관계자는 "1여년에 걸친 수사 끝에 칠성파 조직원의 면면과 인적사항, 조직 체계, 담당 업무 등의 퍼즐을 모두 맞췄다"며 "도주한 핵심인물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그밖에 조직원들에 대한 추가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최종 수사 목표는 칠성파 와해"라고 못 박았다.

검찰은 칠성파가 수십 년간 명맥을 유지해온 데는 특별한 수입원, 자금원이 있을 것으로 보고 핵심 조직원들을 중심으로 계좌추적 등 자금 흐름도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폭력조직을 뿌리 뽑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검찰이 이번 사건을 시작으로 수십 년간 부산지역에서 활개치고 있는 폭력조직을 일망타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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