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고을 광주의 참맛 '삼비'를 아시나요

[조백근의 맛집기행] ② '석쇠 돼지갈비', 이거 닭강정이야 돼지갈비야

꼭 광주에 가야만, 나정상회(062-944-1489) 그곳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맛이 있다.

석쇠에 내오는 양념 돼지갈비.

돼지갈비.
비주얼로 봐서는 마치 닭강정을 연상시킨다. 달달하고 고소한 맛이 시각부터 시작해 후각과 미각을 강하게 잡아당긴다.

레시피(조리법)도 특이하다. 양념된 돼지갈비를 직화로 구워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 불판에서 팬(옛날엔 양은냄비)에 한참 졸인 뒤 석쇠에 내온다.

다 먹고 나면 졸인 팬에 밥을 쓱쓱 비벼다 주는데 꼭 이 비빔밥으로 마무리해줘야 한다고 이 집의 30년 단골 송모(46) 씨는 단언한다.

하지만 그는 이제는 추억이 돼버린 옛 나정상회에서는 공깃밥이나 비빔밥 모두 천원이었지만 옮긴 뒤 비빔밥이 백% 인상됐다고 아쉬워한다.

나정상회 차림표.
이 집의 메뉴는 단출하다.

메뉴는 돼지갈비에 공깃밥, 비빔밥뿐이었는데 상무지구로 식당을 옮기면서 돼지갈비가 12,000원으로 천원 오르고 후식냉면, 김치찌개도 추가됐다.

◈ 40년 내공, 추억의 그 이름, 그 소박한 맛

옮기기 전 원래 나정상회의 모습(위)과 이전 후 지금의 모습.
나정상회(商會,몇 사람이 장사를 하는 상업상의 조합이라는 뜻이지만 자그마한 가게도 그렇게 불렀다) 이름을 보고 사실 처음부터 돼지갈비식당은 아니었으리라 감이 있는 식객들은 짐작한다.

40여 년 전 당시 광주시 외곽 시골 장암마을의 전빵(구멍가게의 사투리)에서 동네사람들에게 돼지갈비를 구워다 주곤 했던 소박한 유래를 가진 곳이다.

지금도 추억의 옛 이름 그대로이고 주인은 할머니가 아들(나승현)과 며느리에게 넘겼고 식당위치도 3년 전 광산구 신촌동에서 상무지구로 옮겼다.

그 큰 규모의 식당으로 발전했는데도 여전히 대기표를 받아야 하는 손님들은 불평이 없다.


하지만 이제는 엄청나게 커버린 규모만큼이나 맛 또한 과거 주인의 정이 오롯하게 담긴 맛은 사라졌다고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 점에서 예전 다 쓰러져가는 슈퍼 간판 하나 달랑 있던 나주의 송현 불고기(061-332-6497)를 연상케 한다.

허름한 곳에서 연탄불에 구워먹던 그 넓적넓적한 돼지 불고기의 고소한 불 맛.

거기엔 쫄깃한 돼지 껍데기까지 붙어있다.

◈ ‘맛에 깃들인 멋’이 나정상회의 진가

나정상회는 지금도 그 이름 그대로여서 이름 하나만으로도 그 때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어 여전히 좋다.

식당을 나오면서 가족과 함께 온 이에게 무심코 던져봤다.

“역시 나정상회죠?”

돌아오는 대답은 “옛날 아빠, 엄마와 손 붙잡고 와서 먹던 겁나게 맛있던 그 맛은 아니죠”였다.

이는 먹는 게 귀했던 그 시절의 아련한 추억의 맛과 낭만이 깃든 ‘멋있는 맛’이 빠져버렸음을 애석해하는 말로 들렸다.

그는 “영혼을 빼앗겨버렸다”고 다소 거창한 표현까지 했다.

맛이 예전 같지 않다는 논란 속에 맛이란 게 꼭 변하지 않아도 먹거리 홍수 속에 우리네 입맛도 얄밉게 달라지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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