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5 내비게이션은 '허당'…고장나도 '나 몰라라'

위치도 길도 못찾는 내비게이션… AS센터는 업데이트만 하고 "다 고쳤다"

2010년에 출시된 르노삼성자동차 '뉴 SM5'. (자료사진)
충북 청주에 사는 송인숙(42·여) 씨는 지난해 3월 르노삼성자동차의 SM5 차량을 구매했다. 지방에서 보험설계사 일을 하려면 자동차는 필수품이었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른 차였다.

송 씨는 차를 사면서 내비게이션을 옵션으로 선택했다. 100여만 원이나 더 내야 해서 부담이 컸지만, 어차피 시중의 고급 내비게이션도 비슷한 가격대였다. 게다가 처음 출고할 때부터 장착됐으니 따로 설치할 수고도 덜 수 있고, 대기업인 만큼 AS도 좋을 것 같아 믿음이 갔다.

하지만 송 씨는 올해부터 도무지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수 없었다. 내비게이션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차 위치를 엉뚱한 곳으로 표시하기 때문이었다. 충북 제천에서 운전하는데 정작 내비게이션에는 경기 이천의 야산 한복판으로 표시되는 식이었다.


가끔 차량 위치가 제대로 표시돼도 안심할 수 없었다. 길 찾는 기능도 엉망이어서 평소 두세 시간이 걸리던 김포 가는 길을 내비게이션만 믿고 가다가 5시간이 넘게 헤맨 적도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송 씨는 지난 5월 르노삼성자동차의 AS센터를 찾았다. 하지만 AS센터는 내비게이션에서 사용하는 GPS가 차량의 어느 부분에 장착됐는지조차 몰라 차 곳곳을 뜯어 살폈다. 곧 끝난다던 내비게이션 정비에 2시간도 넘게 걸렸다.

수리를 받아도 내비게이션은 계속 말썽을 부렸다. 그 뒤로도 상담을 받으러 AS센터를 찾아간 것만 6차례. 4차례나 수리를 받고 한 번은 아예 장치를 교체했지만 교체한 내비게이션도 먹통이었다.

내비게이션보다 더 답답한 것은 르노삼성자동차의 태도였다. 수차례 AS센터를 찾아가도 100만 원을 주고 산 장치에서 어디가 어떻게 고장이 났는지 속 시원히 말해준 적이 없었다. 장치를 초기화했다가 펌웨어만 업데이트해주고는 수리가 끝났다고 한 적도 있었다.

송 씨는 차라리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려 수차례 환불을 요구했지만, 르노삼성차에서는 환불만은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송 씨는 "나중에 알고 보니 차량은 2012년 출고됐는데 내비게이션은 2009년에 나온 구형 모델이었다"며 "내비게이션에 어떤 문제가 있느냐고 물어봐도 르노삼성자동차와 내비게이션 납품업체가 서로 다른 설명을 하다가 나중에는 둘 다 제대로 대답을 못 하더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SM5 내장 내비게이션으로 곤란을 겪은 건 송 씨만이 아니다. 엄세용(35) 씨는 지난 8월 기대보다 저렴한 가격에 2010년식 SM5를 중고차로 사들여서 내심 흡족했다.

하지만 "내장된 내비게이션을 믿지 말라"라던 차 주인의 당부가 마음에 걸렸다. 아니나 다를까, 차량에 장착된 내비게이션은 이삼일이 멀다 하고 고장이 났다.

엄 씨는 "청주에서 운전하고 있는데 내비게이션에는 부산 지도가 나왔다"라며 "전에 몰던 차 주인도 AS센터에서 방법이 없다며 돌려보냈다고 했는데 나도 AS센터를 찾아가보니 장비에 특별한 이상이 없어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라고 답답해했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자동차 측은 "내비게이션은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있으면 업그레이드해서 개선하고, 하드웨어 문제의 경우 수리하거나 교체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옵션 내비게이션은 차량을 조립할 때 장착되기 때문에 차의 일부로 봐야 하므로 차량 안정성을 위해 쉽게 제거할 수 없다"며 환불은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송 씨는 고장 원인조차 밝히지 못한 채 계속 고장 내는 내비게이션은 교체해도 필요 없기 때문에 환불해달라는 입장이다. 송 씨는 "일주일에 한두 번 오작동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언제나 고장 난 상태"라며 "이제는 내비게이션 소리만 들려도 짜증이 나서 아예 꺼놓고 운전한다"고 말했다.

오늘도 뚜렷한 고장 원인조차 알 수 없는 SM5 고객들은 값비싼 먹통 내비게이션을 바라보며 불만만 쌓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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