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박평균 부장판사)는 이모(74)씨와 그의 가족이 "불법체포와 가혹행위로 인한 피해를 배상하라"며 국가와 전두환 전 대통령, 이학봉 당시 보안사령부 대공처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씨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비상계엄이 전국에 확대된 1980년 6월 합동수사본부 수사관에게 체포됐다. 이 과정에서 수사관은 영장을 제시하지도 않고 연행 이유에 대해서도 밝하지 않았다.
이씨는 광주에서 시민군과 계엄군이 대치하던 5월 23일 신군부를 비판하는 유인물을 서울에 뿌리려 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군법회의에 넘겨져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이씨는 2010년 시행된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재심을 청구해 무죄 선고를 받았다.
그는 무죄 판결을 근거로 국가는 물론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도 "영장 없이 불법으로 체포·구금되고 수사과정에서 고문과 폭행을 당했다"며 7억원 대의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영장 없는 체포를 계엄령이 허용했기 때문에 불법행위가 아니며 앞서 이씨가 광주 민주화운동 관련 보상금을 받아 재판상 화해가 성립됐다며 원고 패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계엄포고 제10호에 의하면 포고령을 위반한 자는 영장 없이 체포 또는 구속할 수 있었다"며 "영장없이 체포된 점만으로 위법한 체포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가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피해 일체에 대해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됐다"고 덧붙였다.
가혹행위 주장 역시 증거 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