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이 지경 되도록 사외이사들은 뭐했나

㈜동양 본사.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동양그룹 사태를 계기로 경영에 대한 감시는커녕 '거수기'로 전락하고 만 사외이사 제도에 대한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동양그룹이 붕괴 위기에 놓이고 투자자들에도 막대한 피해를 입힌 데에는 경영진의 잘못과 부도덕함 못지않게 사외이사들의 책임도 크다.

일례로 그룹 지주회사인 ㈜동양 사외이사들의 최근 4년여간 이사회 참석률은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그나마 출석했을 경우에도 단 한 번의 예외없이 찬성표를 던졌고, 부실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은 사외이사들의 방관 속에 발행됐다.


금융소비자원 이화선 총괄지원본부 실장은 "사외이사제의 도입 취지만 잘 살렸어도 많은 부분이 걸러졌을텐데 굉장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룹 회사채 등의 판매창구인 동양증권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사외이사 5명 전원이 현재현 그룹회장과 같은 서울대 동문이며 이 가운데 4명은 단과대학(법대)까지 같다.

김재진 전 부산고등법원장은 현 회장과 사법고시 동기,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교수와는 경기고 동기동창이도 하다.

사실상 특수관계인 만큼 경영진에 대한 견제나 감시 따위는 애당초 기대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동양증권 노조 측은 조만간 사외이사들과 개별 접촉할 계획이라면서 "사외이사들이 이제라도 전면에 나서서 사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사외이사 제도가 이처럼 유명무실해진 것은 선임 기준이 느슨하다는 데 1차적인 원인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과 관련, 기업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추진중인 이사 및 감사의 자격 요건 강화도 재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주주들이라도 나서 견제를 해줘야 하는데 시장 기능이 취약한 국내 여건에선 이것 또한 여의치 않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송민경 연구위원은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 이사는 주주총회에서 책임을 강하게 물을 수 있도록 시장 역할이 제고돼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기관투자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의결권 행사를 하고 주주 권익 보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외이사가 법조인이나 전직 관료 등의 은퇴 후 놀고먹는 자리쯤으로 전락했지만 급여는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동양증권 사외이사의 올해 연봉은 4100만원으로 웬만한 대기업 초봉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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