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한국형 MD, 美 MD에 기여"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에 있어 다층방어를 검토하고 있다'는 김관진 국방장관의 발언이 미국 MD체제 편입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MD와 관련한 정책은 한국정부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기본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이 문제가 갖고 있는 민감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 정부가 MD체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17일(한국시각)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MD강화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한국형 MD(KAMD)'의 독자성을 강조하며 미국의 MD체제 편입을 부정하고 있지만 미국내에서는 한국형 MD 역시 큰 틀에서 미국의 MD에 편입돼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 의회조사국(CRS)이 지난 6월 발간한 '아태지역 미사일 방어체제' 보고서에 따르면 "MD체제에 필요한 지휘통제센터와 탄도미사일 방어 자산이 한국과 일본 등의 기여로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과 호주는 좀 더 굳건한 MD 능력을 위해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획득하기 시작했다"며 "한국은 현재 기본적인 MD능력을 갖고 있지만 조만간 개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국이 이미 미국 MD체제의 하위개념인 '지역MD'체제의 하나로 움직이며 전체 MD체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미국의 인식은 "KAMD가 한국에 떨어지는 북한 미사일만을 대상으로 하는만큼 미국방어를 대상으로 하는 MD와는 다르다"는 한국 국방부의 주장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하지만 한국 국방부의 이같은 독자성 강조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미국의 MD체제에 편입되고 있다는 심증은 점점 굳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워싱턴D.C.에서 개최된 제44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한국 정부는 'KAMD'와 함께 '킬체인(kill chain)' 개념을 강조했다.

킬체인은 미사일 공격을 실시간 탐지해 식별하고 원점타격이 가능한 일련의 체계를 말하는 것으로, 한국에 떨어지는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을 대상으로 하는 'KAMD'와는 달리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는 모든 탄도미사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미국MD' 편입을 위한 사전작업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임관빈 국방부 정책실장은 "킬체인은 공격원점을 타격한다는 점에서 미사일을 '공중요격'하는 MD와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킬체인이 탄도미사일에 대한 억제력을 한반도 역외로까지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미국의 MD정책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10년 탄도미사일 방어검토 보고서에서 아태 지역 MD와 관련해 "점진적 접근방식"을 취하기로 했다.

이 방식은 각국의 MD 체제를 현재 가장 시급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단계에서부터 출발하도록 하되 미래에는 좀 더 장거리 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점진적으로 MD체제를 구축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 방식을 한국에 적용하자면 '한국을 위협하는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한국의 동맹국을 위협하는 모든 장거리 미사일'로 억제력이 확장되는 셈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바라본다면 킬체인은 '점진적 접근'이라는 미국의 MD전략에 부합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관진 국방장관의 최근 '다층방어 수단 검토' 발언은 '미국의 MD체제 본격편입' 의혹을 살만하다. 김 장관의 발언은 현재 지상 15km 이내로 들어오는 미사일만을 요격하는 KAMD 시스템을 좀 더 강화해 더 높은 고도에서도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김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현재보다 더 높은 고도에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종말단계 고고도 미사일방어시스템'(THAAD)이나 'SM-3'미사일 도입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THAAD나 SM-3 미사일은 미국 MD의 주요 요격체여서 이를 도입할 경우 미국 MD체제에 편입하는 것이다.

결국 이런 논란이 불거지자 김 장관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THAAD나 SM-3미사일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KAMD의 억제력을 확장한다는 면에서 여전히 미국MD편입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정부의 아태지역 MD정책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지역내 국가간 MD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다자적인 지역MD체제가 구축된 유럽과는 달리 아태 지역은 미국과의 동맹을 토대로 하는 단선적 지역MD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즉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하는 한국형 MD와 미일 동맹을 바탕으로 하는 일본의 MD, 미호주 동맹의 호주MD등이 자전거 바큇살처럼 미국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다. 미국 정부는 역내 국가간 협력을 통해 단선적 지역MD를 다국적 MD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MD체제의 효율성과 비용절감을 위해서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한-일-호주간 3국 협력을 강조해왔다. 미사일 위협에 대한 정보교환과 MD자산 공유, 지휘통제(C2) 통합성을 특히 강조해왔다. 마틴 뎀시 미 합참의장은 지난 4월 한일 양국에 대해 "한미일 3국간 '협력적' 미사일방어체제가 필요하다"며 "개별 MD의 합보다 통합적인 MD가 훨씬 낫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미국 정부는 한일간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지속적으로 권유해왔다. 국민적 공감대 없이 이명박 정부가 은밀하게 추진했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결국 체결되지 못했지만 미국 정부는 "한일 양국은 과거사 문제보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대처 등 미래지향적 문제에 더 큰 힘을 쏟아야 한다"며 한일간 군사협력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CRS는 이처럼 통합적인 MD가 기술적인 측면에서만 보자면 한국에게는 별 이득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며 "한국이 북한과 너무 가까이 있어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불과 몇분만에 한국에 도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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