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뮤지스, 사실 이전까진 섹시하지 않았다

[노컷인터뷰]4년 만에 첫 정규 발표 “우린 드라마가 있는 가수”

노출과 섹시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몸매를 부각시키는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르면 물론 눈길이 가지만 다양한 감정을 솔직하고 당당하게 표현해내는 섹시함에는 못 미친다. 그런 의미에서 이전까지 나인뮤지스는 표면적으로 섹시해보였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엔 진짜다. 속살이 덜 보이는 대신 나인뮤지스에게 딱 맞는 옷을 입었다.

나인뮤지스는 데뷔 때부터 평균 신장 172cm에 빼어난 몸매를 자랑하며 섹시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해왔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화려한 비주얼을 빼고 나면 섹시는 물론이고 나인뮤지스만의 뭔가를 찾기 어려웠다. 싱글이나 미니로는 나인뮤지스만의 이야기를 하기에 부족했을 지도 모르고 반대로 정규앨범을 채우기엔 보여줄 게 부족했을지 모른다.

어찌되었건 첫 정규앨범을 내기까지 4년이나 걸렸으니 꽤 신중했고 심혈을 기울인 선택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14일 발표된 나인뮤지스의 첫 정규앨범 ‘프리마돈나’(Prima Donna)를 들어보면 이번에야말로 정규일 수밖에 없었겠다 싶다. 그만큼 담겨있는 이야기도 풍부하고 표현방식 또한 다양하다. “데뷔 후 최고의 앨범이라 자부한다”는 멤버들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전까진 매 무대마다 의상이 각선미를 드러낸 것 외에 딱히 보여준 게 없었어요. 그래서 이번 콘셉트를 보시곤 섹시미를 버렸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사실 그전까진 섹시하지 않았어요. 노출만 많이 했을 뿐이죠. 이번엔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섹시를 표현한 것 같아요. 살이 보이는 대신 표현방법이 달라졌다고 할까요”

나인뮤지스의 타이틀곡 ‘건’(Gun) 무대를 보면 의상은 물론, 안무까지 인위적인 느낌을 확 뺐다. 한층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이전까지는 안무가 군무 위주거나 강렬한 퍼포먼스였다면 이번엔 여성스러운 라인을 살리는 안무에요. 느낌이 달라서 재미있고 이젠 좀 여자가 춤을 춘다는 느낌이에요. 멤버들 모두 만족스러워하고 제 옷을 입은 것 같아요. 섹시는 감출 수도 없고(웃음) 기본적인 바탕으로 두지만 이런 모습도 있다는 것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아요”

타이틀곡도 타이틀곡이지만 수록곡들을 들어보면 나인뮤지스의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제일 먼저 녹음을 마쳤다는 ‘세치혀(Rumor)’는 나인뮤지스의 새로운 도전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거칠고 직선적인 사운드에 빈티지한 드럼과 베이스 그리고 유언비어를 말하는 사람들을 풍자한 가사가 더해져 경쾌하다. “곡을 처음 받고 과감한 도전이구나. 일 한 번 내자는 의지가 느껴졌다”는 멤버들의 말 그대로 색깔이 뚜렷하다.

‘세치혀’를 제외한 다른 곡들은 모두 여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랑에 대한 여러 가지 모습과 느낌이 담긴 가사들이 포인트다.

‘라스트 신’(Last Scene)에선 거침없이 쏟아내는 이별 통보에도 매달릴 수밖에 없는 자신을 직설적인 화법으로 성토했고, ‘천생여자’를 통해선 사랑받고픈 여린 마음을 수채화 같은 감성으로 펼쳐냈다. 또 ‘미스에이전트’는 멤버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추적60’분 같은 노래다. 여기에 귀여운 분위기의 ‘몰라몰라’, 시크한 ‘아님 말구’ 등 11곡이 수록됐다.

“4년 만의 청 정규앨범인 만큼 의욕이 불타요. 과연 기대치에 맞게 나인뮤지스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이나 불안감도 있죠. 그래도 여러 장르를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요. 나인뮤지스는 단지 무대를 좋아하는 가수가 아니라 그 안에 드라마가 있는 가수고 굳이 노출이 아니더라도 보여줄 게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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