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경찰 강력팀장 지갑에 손댄 절도범

수영장 탈의실서 40만원 훔쳐…4개월여 뒤 다시 범행하려다 덜미

특별한 직업이 없어 생활이 막막했던 이모(56)씨에게는 특별한 재주가 하나 있었다.

그는 드라이버 하나면 못 여는 문이 없을 정도로 손기술이 좋았다. 틈새에 드라이버를 넣고 '톡' 치면 문이 '탁' 열렸다.

지난 5월 24일 오후 충남 서천의 한 실내수영장을 찾은 이씨는 미리 준비한 드라이버로 몇 초 만에 탈의실 문을 열어 지갑 속에 있던 40만원을 들고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갔다.

수영장 탈의실에 굳이 폐쇄회로(CC)TV를 달아야 할 이유가 없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지역이어서 이씨 범행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완벽하게 마무리된 듯 보였다.

문제는 지갑 주인이었다.


서천경찰서 전태천 경위(강력팀장)는 이날 저녁 아내와 함께 장모님 생신 선물을 고르고서 지갑을 열었다가 화들짝 놀랐다. 5만원 권 여덟 장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절도 피해의 느낌을 아는 전 경위는 경찰관 특유의 '촉'이 가리키는 수영장으로 달려갔다.

전 경위는 17일 "퇴근 후 찾은 수영장에서 돈을 도둑맞았다는 감이 왔다"며 "수영장 입구 CCTV를 확인해보니 5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내 뒤를 바로 쫓아 들어오고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수영장에 사람이 거의 없던 터라 이 남성에 대한 전 경위의 의심은 커졌다. 그가 1일 입장권을 끊고 수영장에 들어왔다는 점도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그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어 사건은 미궁에 빠지는 듯했다.

종적이 묘연했던 '50대 남성', 이씨가 전 경위의 레이더에 포착된 것은 그로부터 2개월여 뒤였다.

이씨는 지난 8월 12일 같은 곳에서 탈의실 보관함 5개를 부수고 현금을 훔치려다 미수에 그치고 달아났다.

수영장 CCTV 녹화 영상과 탐문수사를 통해 전 경위는 이씨 신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10일 오후 6시 45분께 같은 수영장에 세 번째 방문해 또다시 드라이버 기술을 선보이던 이씨를 잠복 끝에 현장에서 붙잡았다.

완강히 범행을 부인하던 이씨는 모든 것을 아는 '피해자' 전 경위의 차분하면서도 송곳 같은 질문 앞에서 결국 고개를 떨어뜨렸다.

전 경위는 "CCTV 영상도 없고 지문도 찾기 어려워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을 해결해 다행"이라며 "이씨 수중에 돈이 없어 40만원을 되찾지는 못하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경찰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절도 혐의로 이씨를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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