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 인천 유나이티드의 공격수 이천수(32)는 16일 폭행과 재물손괴 혐의로 인천 남동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됐다. 지난 14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의 한 술집에서 김모(29) 씨를 때리고 휴대전화를 파손한 혐의다.
김봉길 감독은 17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끝까지 천수를 믿었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직 구단에서 입장정리가 안 된 상황이라 내가 나서는 것이 조심스럽다”는 김 감독은 “너무 답답하다. 천수도 전화를 해서 죄송하다고 했다”고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2012년 한 해를 고스란히 야인으로 지낸 후배 이천수를 다시 그라운드로 불러들인 이가 바로 김봉길 감독이다. 이미 수원과 전남에서 돌이킬 수 없는 행동으로 두 차례나 임의탈퇴됐던 이천수를 가슴으로 보듬어 준 이 역시 김봉길 감독이다.
김봉길 감독에게 이천수는 소속 선수이자 고향 후배다. 둘은 축구명문 부평고 선후배다. 김봉길 감독은 고향팀의 지휘봉을 잡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후배에게 마지막 기회를 줬다. 그러나 그 믿음은 8개월을 가지 못했다. 감독과 제자가 아닌 선배와 후배, 그리고 남자 대 남자로서 가슴 깊이 새겼던 믿음은 결국 깨지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돌발 행동이다. 지난 13일 훈련을 마친 뒤 술자리를 가졌다. 다음날 훈련이 없었기 때문에 집 근처에서 지인들과 만났다. 하지만 이 자리가 결국은 문제가 됐다. 다른 손님과 시비가 붙었고, 결국 상대를 때리고 휴대전화를 파손했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악동’ 이천수가 아니라 자신의 아내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그의 해명 때문이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는 거짓이었다. 이천수는 스스로 자신의 목을 옥죄는 거짓말로 도덕적 지탄까지 받는 신세가 됐다.
뛰어난 축구 재능에도 불구하고 이천수의 선수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스페인과 네덜란드 진출은 실패로 끝났고, 국내에서도 경기장 안팎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08년 수원 삼성에서 임대 생활을 하며 코칭스태프와 갈등을 빚은 데 이어 2009년에는 전남에서 당시 박항서 감독, 하석주 코치 등과 또 다시 주먹다짐까지 벌였다.
인천 구단은 예상치 못한 소속 선수의 돌발 행동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순발력 있게 초기 대응을 하지 못한 탓에 인천의 입장만 난처해졌다. 다만 이천수 관련 사태를 우선 수습한 뒤 선수에 대한 징계는 분명히 내린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