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도 없던 모기, 가을밤 깨운다

고온다습 날씨 탓 부화 늦어져...보건당국 “하수구 등 방역활동 강화”

회사원 이 모(여.35)씨는 요즘 밤마다 잠을 설친다. 귓가에 윙∼ 하는 소리와 함께 눈을 뜨는 이 씨. 방에 불을 켜고 모기를 쫓아보지만, 한참을 찾아도 모기는 보이지 않는다.

어린 남매를 키우는 주부 정 모(39.대전 둔산동)씨는 요즘 잠자기 전에 꼭 모기향을 찾는다. 창문도 막고, 출입문도 재빨리 닫고 외부와의 ‘통로’를 최대한 막아보지만 어느 새 아이들 몸엔 시뻘겋게 부풀어 오른 자국이 선명할 때가 많다.

정 씨는 “최근 몇 년새 가을 모기가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유독 올해 가을은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고 말한다.

설악산에 첫 눈이 내리고 내륙지방엔 첫 얼음이 언 17일, 도심은 여름에도 없던 ‘가을 모기’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왜 그럴까.

대전 서구보건소는 “올해 가을 모기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을 모기가 많다기보다는 여름에 모기가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여름에 없던 모기가 가을에 나타나다보니 가을 모기가 극성을 부리는 것으로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건소 관계자에 따르면 고온 상태에서 습도가 너무 높거나 또는 너무 낮은 환경 속에서는 모기 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에 따라 유난히 온도가 높고 습도가 높은 날씨가 많았던 올해는 ‘여름 모기’가 많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최근 가을철로 접어들면서 온도와 습도가 모기 부화에 적합해지면서 최근 들어 부쩍 모기가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예년에 비해 가을 모기가 많아진 것은 아니지만, 여름에 사라졌던 모기가 가을에 다시 나타나면서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개체수가 증가했다는 것.

특히 도심의 경우 기온이 떨어진다고 해도 비교적 따뜻한 건물 지하실이나 하수구 등에 머물러 있던 모기가 ‘따뜻함’을 찾아 집안으로 침입하면서 시민들이 ‘여름에도 없던 모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게 된다는 것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요즈음이 가을 모기가 극성을 부리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실제 많은 것보다는 모기들이 추위를 피해 건물 안으로 들어간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하수구 등을 중심으로 도심 속 방역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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