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경 아나운서와 최윤수 검사 부부의 파경설'이 지난 8월 하순쯤부터 인터넷과 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그래서 황수경 아나운서와 최윤수 전주지검 차장검사가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고 진정서를 추가로 내기도 했다.
황수경 아나운서와 최윤수 검사의 파경설을 유포한 기자와 블로거가 구속됐다. 사이버상 명예훼손혐의로 구속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현직 일간신문 기자가 구속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황수경 파경설 유포한 기자, 왜 구속까지 됐을까?"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구속된 기자가 누구냐?
= 아직 재판에 회부되지 않았고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소속회사나 실명을 공개하지는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주요 일간신문의 'A 기자'라고 부르겠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A 기자가 카카오톡을 통해 최 검사와 황수경 아나운서의 파경설을 최초로 유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카카오톡 문자를 역추적 하는 방식으로
최초 유포자를 추적해서 A 기자가 처음 카카오톡을 통해 유포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 기자가 어떻게 '파경설' 정보를 입수했고 이를 누구에게 유포했는지 등을 밝히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톡으로 파경설을 유포한 것만으로 구속을 했단 말인가? 지나친 건 아닌가?
= 아직 구체적인 수사결과가 드러나지 않아서 구속에 이르게 된 경위가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더라도 법원에서 기각될 수도 있는데 영장을 발부한 만큼 지나치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사실 인터넷이나 SNS에서는 파경설 유포만으로 현직 기자를 구속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반응들이 적지 않다. 현직 검사의 부인이기 때문에 구속한 것 아니냐는 그런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황수경 아나운서와 최윤수 차장검사의 법률대리인인 양재식 변호사도 "단순히 파경설을
알렸다는 사실만으로 구속한다면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에서는 "A 기자가 '파경설' 정보를 받게 된 경위를 밝히지 않는 등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서 구속영장을 청구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구체적인 혐의 내용에 대해서는 피의사실 공표문제로 밝히지 않았지만 SNS상에서 최초 유포자로 지목된 A 기자가 그 정보를 취득 하게 된 과정을 밝히지도 않고 검찰수사에 협조하지도 않았다는 얘기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A 기자가 '취재원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신문지상에 보도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정보를 유포한 것이므로 취재원 보호라는 명분은 설득력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법 임상필 영장담당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있는 등 구속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됐기 때문"이라고 영장발부 사유를 밝혔다.
법원관계자는 "개인적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고 기각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발부가 돼서 놀랐다"면서 "영장발부 사유를 보니 통상의 경우와 달리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것은 증거인멸 때문이라는 얘기다.
▶기자가 증거를 인멸했다는 것이냐?
= 일단 검찰이나 법원의 판단은 A기자가 증거를 인멸했다고 본 것이다. 법원이나 검찰에서는 피의사실 공표문제로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스마트폰에서 카카오톡 메시지가 삭제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A 기자의 동료들에게 확인해 보니 "A 기자가 카카오톡으로 '파경설' 정보를 작성해 지인들에게 보냈는데 검찰의 조사를 받은 뒤 스마트폰 운영체계인 IOS7으로 업데이트를 했다" 는 것이다.
A 기자가 의도적으로 증거를 인멸하려고 했는지 단순하게 버전을 업그레이드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검찰이나 법원에서는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영장을 발부하게된 것이다.
= 검찰은 A기자가 최초 유포자일 가능성과 최초 작성자로부터 소문을 듣고 유포했을 가능성 등 두 가지를 두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그런데 A 기자 동료들로부터 확인을 한 결과 SNS상에서 최초 유포한 사람은 A 기자가 맞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동료기자들에 따르면 "A기자는 회사 보도단말(통상 뉴스룸이라고도 함)에 올라온 '파경설' 관련 정보보고(언론사에서는 취재기자들이 내부 망에 각종 취재정보를 참고용으로 올림)를 보고 이를 카카오톡을 통해 평소 잘 아는 다른 언론사 기자들에게 전송했다"는 것이다.
A 기자는 이 정보를 외부관계자가 아닌 이전에 함께 출입했던 다른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기자의 한 동료는 "외부 블로거에게 유포하거나 사설 정보지(일명 지라시) 제작자에게 보낸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 정보를 최초로 취득하게 된 과정은 최 검사를 잘 아는 어떤 검사에게 다른 언론사 기자가 카카오톡으로 알려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검사가 이 사실을 알게 됐고 곧바로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다는 것이다.
'파경설'은 증권가 사설정보지나 SNS상에서 떠돌아 다녔지만 종편PP인 TV조선이 '파경설' 의혹을 보도하면서 사건이 커졌다. 이들 부부는 TV조선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보도를 신청하고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그렇지만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가 결렬되면서 법원에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렇다면 A 기자는 왜 검찰조사에서 그런 사실을 밝히지 않았나?
= A 기자는 검찰조사 과정에서는 '취재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정보 취득과정을 진술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실제 속내는 회사 내부 망에 올라온 정보보고를 외부에 퍼 나른 것이기 때문에 이를 밝히기가 '낯이 깎이는' 시쳇말로 '쪽팔리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회사 내부 망에 올라온 정보보고를 유출했다고 진술할 경우 처음 정보보고를 올린 후배기자가 검찰조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니까 후배기자 보호차원에서 진술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A기자 동료들의 말이다.
그렇지만 막상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되자 뒤늦게 법원에 회사 내부 망에 올라온 정보보고를 유출했다는 진술을 했고 실제 정보보고가 올라온 사실을 캡처해서 제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참고로 카카오톡으로 정보를 외부로 유출시킨 A 기자는 취재활동과는 거리가 있어서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언론사 내부 망에 정보를 올린 기자는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 언론사 내부에 정보를 올린 것은 통상적인 취재활동의 연장선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A 기자가 잘못을 인정하나?
= A 기자 본인이 구속돼 있으니 직접 들을 수는 없었지만 회사 동료기자들에게 물어보니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진심으로 깊이 반성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A기자는 영장이 청구된 뒤 최 검사에게 사과하기 위해 전주에 가기도 했지만 직접 만나지는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기자는 최 검사나 황수경 아나운서를 음해하거나 그럴 의도를 가지고 정보보고를 유출한 것이 아니라 친한 기자들과의 정보교류 차원에서 SNS상에 올린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지만 A 기자의 카카오톡이 초기화되면서 실제로 A 기자가 외부로부터 이 정보를 받았는지와 이 정보를 누구에게 보냈는지가 명백히 밝혀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양재식 변호사는 "누가 어떤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작성해서 유포했는지 밝히는 게 목적" 이라면서 "A기자가 그 부분을 아는 대로 수사에 협조하고 진술한다면 조건 없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경찰관이 음주운전을 하면 가중처벌 하듯이 보도의 객관성을 생명으로 하는 기자가 지라시 유통에 연루됐다면 가중처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윤수 검사나 황수경 아나운서 쪽 입장을 들어봤나?
= 최윤수 검사와 통화를 했다. 최 검사는 "사람들이 사실(팩트)보다는 소문을 믿기 때문에 (수사의뢰를 하고 구속영장이 집행되기까지) 40일간 굉장히 힘들었다"고 말했다.
최 검사는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고통이고 그 고통이 점점 증가한다"면서
"40일간 삭제하면 올라오고 삭제하면 올라오고 그런 일이 되풀이 된다는 게 정말 힘들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최 검사는 특히 "소문은 빛의 속도로 퍼지는데 수사는 정말로 굼벵이처럼 더뎠다" 면서
"40일간 남편으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점이 가장 마음이 아팠다"고 덧붙였다.
법률대리인인 양재식 변호사는 "수사의뢰 때부터 수사진행 과정을 지켜보니까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면서 "불특정 다수가 알았다는 건 피해가 아니지만 주변사람들이 사실임을 전제로 걱정하는 듯하면서 얘기하는 부분이 정말 '인격살인' 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윤수 차장검사와 황수경 아나운서의 파경설은 8월 하순부터 증권가 정보지와 인터넷 포털사이트,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도로 유포됐다. 하지만 최 검사 부부는 전혀 근거가 없는 허위의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들 부부는 검찰에 진정서를 냈는데 "피해자 부부가 아무런 문제없이 화목한 가정생활을 유지하고 있으며 파경설은 최소한의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양재식 변호사는 "정보지에 나도는 구체적인 사실들이 모두 사실과 다르다"며 "최 검사가 부산고검에 적을 두고 있었지만 형사정책연구원에서 근무해 주말부부로 장기간 떨어져 있지 않았고(전주지검 차장검사 발령은 올해 4월에 있었던 일) 이혼소송이나 이런걸 검토하거나 의논한 사실도 없다"고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SNS에 유포된 얘기들이 허위임을 설명했다.
▶인터넷의 익명성에 숨어서 연예인 등 유명인사에 대한 악성 소문을 퍼뜨리거나 악플을 다는 일 이제는 정말 사라져야 하지 않나?
= 증권사 정보지나 사설 정보지(지라시) 등에서 나돌아 다니는 온갖 소문이나 억측들은
사라져야 하는 일이다.
A기자와 함께 구속된 블로거 H씨의 경우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한다. 이 H씨는 블로그를 14개나 운영해 왔다고 한다. H씨는 평소 자신의 블로그에 연예계와 증권가의 루머를 자주 게재해 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당 정보를 클릭할 경우 팝업광고가 자동으로 화면에 떠서 광고료 수익을 올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 유포가 아니라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각종 루머를 확대 재생산 해왔다는 것이다.
단순한 관심거리로 연예계의 루머나 지라시들을 유통시키는 행위도 명예를 훼손한다면
처벌해야 하는 사안이지만 경제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서 허위의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유통시켰다면 이는 죄질이 매우 나쁜 행위로 엄중 처벌해야 한다.
양재식 변호사는 "루머나 지라시의 가장 큰 문제는 이런 게 돌면 주변에서는 당연히 사실을 전제로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나'라는 의혹이 이는 점"이라며 "당하는 사람의 정신적 충격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최윤수 검사가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최 검사는 "본인이 직접 겪어보니까 SNS 피해구제는 '패스트 트랙'이 (신속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다"면서 "현행 형사소송법 체제하에서는 역추적을 할 때마다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빛의 속도로 퍼져 나가는 SNS상의 명예훼손에 대응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피해자인 최 검사나 황수경 아나운서의 피해가 심각한 부분은 이해가 간다.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다만 인터넷이나 SNS에서는 검사이기 때문에 기자를 구속하고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는 것 아니냐 하는 그런 얘기들도 있는데?
= 그런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연예인이나 다른 유명인사의 루머에 대해 검찰이 이렇게 신속하게 대응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또 '파경설' 유포사건 수사를 지휘해온 조재연 첨단범죄수사부장이 최윤수 차장검사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으로 재직할 때 부부장 검사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검사니까 신속하게 수사가 이뤄진 것 아닌가 하는 그런 의문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지만 최 검사는 "검사라고 특별한 혜택을 받았다면 40일간이나 걸렸다는 게 말이 안된다"면서 "40일간 고통을 겪으면서 검사라는 사실에 자괴감이 들만큼 많은 시간이 걸렸다"라고 말했다.
양재식 변호사도 "그런 의문이 제기될 것을 우려해서 수사의뢰 단계에서부터 법률대리인인 자신이 모든 걸 대리해왔다"면서 "그런 오해를 받을 일을 전혀 안했다"라고 말했다.
검찰에서도 "그동안 사이버상 명예훼손이나 일반 명예훼손으로 구속된 사람들이 있었는지를 검색해보니 지난 10년 동안 150여명이나 됐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통상 사이버상의 명예훼손 문제는 검찰의 인지부서인 첨단범죄수사부에서 직접수사하기보다는 경찰의 사이버수사대에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직접 수사했다는 정도가 이례적인 일로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파경설’은 황수경 아나운서가 공영방송인 KBS의 아나운서 부장으로 공인이고 최윤수 차장검사가 현직 검사의 신분이긴 하지만 그로 인해 겪게되는 유명세와는 관계가 없는 문제다. 허위의 사실을 유포해서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가족들이 그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무겁게 다루는 것이 옳아 보인다.
물론 검찰이 다른 사건도 이번 사건처럼 적극적으로 수사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