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일부 분석관, 자료 넘겨야 한다고 했지만 무시당해

전문 분석요원 의견 무시된데 대한 의혹 커져

지난해 12월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역삼동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증거자료를 수집을 지켜보고 있다.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중 국정원 여직원 김모 씨가 제출한 노트북 등을 분석하던 서울지방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팀 일부 분석관들이 발견된 모든 자료를 수서경찰서에 넘기자는 의견을 냈지만 지휘부가 이를 무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18일 열린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8회 공판에서 당시 분석팀을 지휘했던 장병덕 전 서울경찰청 사이버 수사대장에 대한 증인신문 도중 서울청 디지털증거분석팀 직원들의 대화가 담긴 CCTV 동영상이 공개됐다.

이 동영상은 지난해 12월 14일 저녁부터 15일 새벽까지 서울청 증거분석팀 분석관들이 업무 도중 나눈 대화가 녹화·녹음된 것이다.

이 동영상에 나온 분석관들은 "어차피 우리는 있는 거니까, 판단은 저기서(수서경찰서 수사팀) 하니까 일단 팩트만 하고 팀장님 드리고. 일단 이걸 뽑아서 내일 넘기자"라며 컴퓨터에서 발견된 아이디와 닉네임 등을 수사팀에 신속하게 넘겨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장 전 대장은 "분석관들이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보고 받는다"면서도, "분석관들이 이러한 대화를 할 당시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몰랐다"며 발뺌했다.

하지만 "분석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분석 의뢰한 수서서의 의뢰내용에 배치된 것이란 것을 인식했나"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은 또 장기식 전 서울청 디지털증거분석팀 분석요원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다수 아이디와 닉네임이 실린 파일을 발견했고 박근혜 지지·문재인 비방글, 국정홍보글도 발견했는데도 '지지 비방글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중간수사결과 발표는 허위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해 말했다"고 진술한 부분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했다.

결국 전문가인 일부 분석팀 직원들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휘부의 압력에 의해 중간수사결과 발표가 이뤄진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장 전 대장은 "브리핑 당시 왜 40개 아이디와 닉네임이 사용된 사이트 내역 등을 알아냈음에도 이에 대해 자세히 말하지 않았나"는 검찰 물음에 "제가 아는 지식의 범위 안에서 답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분석관들이 "우리가 오유(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이 사람이 자주 들락날락한다고 말하는 순간 사찰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 다 적어서 위에 보고하자"고 말한 부분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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