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과정에서 전문가들에게 '맛 감정'까지 의뢰한 법원은 국물 맛이 같다고 해서 제조방법까지 같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2008년 서울 강남구에서 유명한 곰탕집을 운영하던 이모(58) 씨는 농심으로부터 '곰탕 조리기법을 활용한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씨는 자신이 만든 곰탕 샘플을 보내줬고 농심 연구팀으로부터 '곰탕 성분이 우수하다'며 본격적인 사업제휴를 제안받았다.
2008년 농심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이 씨의 곰탕집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고, 이 씨 역시 농심 라면 수프를 만드는 자회사의 대표이사를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씨는 농심에 국물 샘플 1.5t을 보내고 국물 조리방법도 자세히 알려줬지만 농심은 납품만 요구할 뿐 몇 개월동안 계약성사를 미뤘고, 결국 합작을 위해 투자한 설비 등으로 지게 된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2009년 도산했다고 주장했다.
농심 측은 "이 사건 제조방법은 일반에 공개, 홍보됐기 때문에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의 보호대상인 영업비밀이라 볼 수 없다"며 반박했다.
이 씨는 결국 농심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심리 과정에서 사단법인 한국음식조리인연합 상임대표 등 16명의 감정인에게 신라면 블랙과 이 씨의 곰탕 국물의 맛을 감정해달라고 의뢰하기도 했다.
그 결과 16명 중 12명이 이씨의 곰탕에 라면수프와 소고기 채소고명 등을 첨가하면 신라면 블랙과 맛이 비슷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한 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음식전문가가 판단하는 맛이나 빛깔, 향기가 같다고 해 동일 조리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홍이표 부장판사)는 21일 "곰탕 국물 맛이 비슷하다고 제조방법 역시 동일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농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또 "농심이 이씨의 곰탕 성분을 분석했지만, 이씨처럼 우리나라의 전통 가마솥을 현대적으로 개선한 장비를 쓰는 대신 수입장비를 사용했고 15도 저온숙성과정을 거치지도 않았다"며 이 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