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살 할머니, 30년 전 사별 남편 묘 찾은 사연

김 할머니를 업고 내려오는 모습
황혼 이혼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요즘 90대 할머니가 30여년 전 사별한 남편의 묘지를 찾아 벌초를 하겠다고 나섰다.

할머니가 날이 저물도록 마을로 돌아오지 않자 마을 사람들이 할머니를 찾아 나섰고, 할머니를 찾은 뒤 야밤에 벌초까지 해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올해 90살 김 모 할머니. 김 할머니는 30여년 전 남편과 사별했다. 이후 살던 전남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 서도리를 떠나 서울에서 생활했다. 어느덧 아흔 살. 여생을 보내기 위해 얼마 전 여동생과 함께 다시 거문도 땅을 밟았다.

남편이 그리웠던 김 할머니는 지난 19일 홀로 남편의 묘지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30여 년이 지난 데다 등산로 이외에는 울창한 섬의 숲으로 둘러싸여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김 할머니는 굴하지 않고 기억을 더듬으며 20일 오후 성묘에 쓸 술과 오징어, 벌초할 낫을 들고 정작 자신이 마실 물병 하나 들지 않은 채 다시 찾아 나섰다.


한편 서도리 마을에서는 김 할머니가 날이 저물도록 돌아오지 않자 비상이 걸렸다. 마을 청년 20여 명은 할머니를 찾아 손전등을 들고 온 섬을 뒤지기 시작했다. 말이 청년이지 40대~60대 중장년들이다.

칠흑같은 섬 속 어둠을 두 시간 여를 뒤졌을까? 할머니는 길도 나지 않은 숲속에 있는 남편 묘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할머니는 그러나 내려가지 않으려고 했다. 할머니는 "여기서 자고 벌초하고 가련다"고 버텼다. 결국 마을 청년들은 손전등을 비춰가며 벌초를 해주고 2킬로미터를 번갈아 할머니를 업어가며 내려왔다.

여수경찰서 삼산파출소 관계자는 "'마을 청년들이 이런 아내를 만나야 한다'고 한마디씩 하며 산을 내려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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