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국씨, 앞뒤 안맞는 해명으로 국감장에서 '빈축'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세청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인 전재국 시공사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있다. (송은석 기자)
국세청에 대한 21일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시공사 대표) 씨는 조세피난처 자금은닉과 관련한 의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앞뒤가 맞지 않은 답변으로 빈축을 샀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와 관련한 전 씨의 해명은 이랬다.


전 씨는 지난 1983년부터 미국에서 석사과정 유학을 하던 중 89년 부친인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백담사로 가면서 귀국하게 됐고, 유학 중 남은 돈 70만 달러 정도를 미국 은행에 예치하게 됐다. 이후 2004년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으로 송금했으며 이때 이자 등으로 돈이 100만 달러로 불어났다.

전 씨가 돈을 싱가포르로 송금한 이유는 “미국 정부가 9.11테러 이후 해외 정치인 관련 자제들의 계좌를 엄격히 관리하면서 돈을 다른 국가로 이체할 필요성이 생겼고, 이 과정에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전 씨는 “자금을 이체한 아랍은행 관계자가 아랍은행의 경우 소매금융은 하지 않고 법인만을 상대로 영업하기 때문에 법인을 하나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은 채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것이 지난 2004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블루아도니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전 씨가 설립한 이유였다.

그러자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2004년 당시 자금을 이체한 시점은 전두환 비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되고, 전 씨의 동생 재용 씨가 불법 증여로 사법처리 된 때라며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자금 이체가 당시 검찰 수사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고, 전 씨는 ‘공교롭게 그렇게(시기가 일치) 됐을 뿐’이라고 답했다.

이에, 이 의원은 전 씨의 주장대로 미국의 외국 정치인 관련 계좌 관리가 엄격해져서 자금을 이체하게 됐다면 9.11테러 직후인 2002년에 옮겨야 했을 텐데 왜 2년이나 지난 2004년에 옮겼냐고 따지자 '사업 등으로 바빠 2년간 미뤄졌다'고 군색한 변명을 했다.

이 의원은 또, 뉴스타파에 의해 페이퍼컴퍼니 설립 사실이 처음 알려졌을 때 전 씨가 돈을 예치했던 미국 은행이 자금 이체를 권유해서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으로 이체했다고 해명한 사실을 지적하며 “예금을 유치해야 할 은행이 자사에 예치된 예금을 다른 나라 은행으로 옮기라고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이냐”는 질문에 곤혹스러운 듯 ‘잘 모르겠다’며 답변을 얼버무렸다.

전 씨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시공사의 사업자금에 부친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증여받은 돈은 없느냐는 민주당 설훈 의원의 질문에도 처음에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설 의원이 1988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부정축재 등의 혐의로 대국민 사과를 하고 백담사로 가면서 현재 시공사 부지를 포함한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한 점을 지적하며 시공사의 토지와 건물을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은 것 아니냐고 따지자 ‘그렇다(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증여받은 것)’고 인정했다.

돈의 출처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전씨는 외조부가 준 것이라고 답했고, 이에 의원들은 "외조부가 돈을 얼마나 주었길래 그집은 모든 돈을 외조부가 주었다고 하느냐?"며 조소를 보내기도 했다.

전 씨는 싱가포르에 송금한 지 3~4년 지나 이 돈을 모두 사용했으며 80% 이상은 검찰에 압수된 미술품 구입에 사용했고, 나머지는 자제 학비 등에 사용했다고 말했다.

전 씨는 이날 밤 8시 20분쯤 증언을 마치고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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