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박근혜정부를 괴롭히는 재정적자의 원인은 무엇이며, 또 얼마나 위험한 것일까.
◈ 빈 곳간에 세금환급도 떠넘겨…고스란히 朴정부 '짐'
지난 2008년 초 이명박정부는 기업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감세정책을 실시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노무현정부에서 넘겨받은 세계잉여금 16조5천억원이 있었다. 세금을 걷어서 쓰고 남은 돈이 16조원 넘게 곳간에 쌓여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5년 뒤인 올해 초, 이명박정부가 박근혜정부에 넘겨준 세계잉여금은 마이너스 1천억원이었다. 더욱이 이명박정부는 마이너스 통장을 넘겨준 것도 모자라, 지난해 말에 환급해줘야 할 세금을 올 초로 떠넘겨 세수부족을 부채질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2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명박정부는 원래 지난해 말에 환급해야 할 부가가치세 조기환급분 2조6천억원을 올해 1월로 미뤘다. 덕분에 이명박정부는 임기 말 세수 부족분이 3조원(2.8조원)을 넘기지 않았으나, 그 부담은 고스란히 박근혜정부로 넘어왔다.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세수부족분은 5조6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명박정부가 부가세 조기환급분을 떠넘기지 않았더라면 세수부족분이 현재 3조원 대로 줄어들 수 있었다는 계산이다.
결국 17조3천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됐고, 이 가운데 3분의 2가 넘는 12조원이 세입부족을 메꾸는데(세입경정) 들어갔다. 이로 인해 재정적자(관리재정수지)는 올해 23조4천억원으로 부쩍 늘었다.
◈ 박근혜정부, 임기말까지 적자 못 면해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부는 내년에는 관리재정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올해 새로 짠 국가재정운용계획(2013~2017)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말인 2017년에도 재정적자는 7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임기 말까지 적자 재정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야당에서 보는 세수부족으로 인한 재정적자는 더욱 심각하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지난 16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를 그대로 적용해도 내년에 5조원 가량 세수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의원은 “지난 6년 동안 성장률이 1% 오를 때 국세가 늘어나는 세수탄성치가 0.7%에 불과했다”며, “내년에 경상성장률 6.5%를 감안해도 내년 국세 수입이 7.8% 증가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재정적자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강남대 안창남 교수(세무학과)는 “세수 전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성장률”이라며 “OECD나 IMF 등 여러 기관이 이미 정부 전망치보다 낮게 내년 성장률을 보고 있어서 정부 예상대로 세수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수부족 사태가 발생하면 세출을 맞추기 위해, 올해처럼 대규모 추경예산을 편성해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재정적자는 더욱 심각해지게 된다.
안창남 교수는 “국채를 남발하게 되면 신용도가 내려가 국채 이자율이 올라가게 되고, 해외자본이 급속히 유출돼 나중에는 스페인이나 그리스처럼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재정적자 못 막으면…"다음 정부는 답 없어"
올해 정부가 예상하고 있는 국가채무는 480조3천억원에 달하고, 이에 따른 이자만 20조원이 넘는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국가채무가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하게 된다. 공기업에 숨겨둔 우발채무까지 합하면 이미 공공부문의 부채가 1,000조원을 넘는다는 계산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부터 줄어들고 이듬해인 2017년에는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에서 본격적인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OECD는 2018년부터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3% 초반 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세수도 그만큼 줄어든다. 임기가 2017년까지인 박근혜정부에서 재정적자를 막지 못하면, 다음 정부에서는 정말 ‘답이 없어진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박근혜정부는 공약 실현을 위해 5년 동안 135조원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만성적인 재정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복지공약을 축소할지 아니면, 복지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증세를 할지 선택의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그것도 올해 안에 결정하지 못하면, 내년 지방선거와 내후년 총선 등으로 영영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이 대다수 경제학자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