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 북구에 사는 이상성(36) 씨는 지난달 18일 추석을 맞아 친척들과 한창 명절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틀 전 대형할인점에서 꼬치전을 만들기 위해 사온 게맛살을 자르던 이 씨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커먼 물질이 누렇고 끈적거리는 점액에 뒤섞여 하얀 게맛살 사이에 짓뭉개져 있었기 때문이다.
놀란 이 씨는 다음 날 아침 게맛살을 만든 동원F&B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신고했다.
하지만 고객센터는 이 씨의 설명만 듣고는 "생선껍질로 보인다"고 단정한 뒤, 피해신고 접수를 회피하려 했다는 게 이 씨의 주장이다.
고객센터는 "왜 그렇게 화를 내시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굳이 이물질로 표현하실 것 있느냐"며 "우리가 어떻게 해드려야 만족하겠냐. 보상을 해드려야 하느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피해자인 이 씨를 사소한 일로 트집 잡아 회사에 보상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로 취급한 셈이다.
이후 이 씨의 계좌에 제품가격인 5천원이 입금됐을 뿐, 업체 측에서 이 씨에게 별다른 사과나 보상을 하지 않았다.
답답해진 이 씨가 "직접 이물질을 보고 판단하라"고 전화한 뒤에야 찾아온 업체 측 사원의 대처는 말 그대로 '적반하장'이었다.
문제의 물질이 제조과정에서 들어간 생선껍질이기 때문에 먹어도 문제없다는 말만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이 씨에게 제대로 사과도 하지 않은 사원은 대신 "상부에 보고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며 문제의 게맛살 회수에만 급급했다.
이 씨는 "보고한 뒤에 상황을 처리하겠다더니 한 달이 지나도록 전화 한 통 없다"며 "보상을 하지 않더라도 책임 있는 사과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생선껍질이 몸에 나쁘지 않다지만 어떻게 변질했는지도 모를 흉물스러운 음식을 어떻게 먹겠냐"는 것.
이 씨는 또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데 나만 유난을 떤다는 식으로 몰아갔다"며 "전국에 생선껍질이 들어간 게맛살을 먹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다는 얘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게맛살을 제조한 동원F&B 측은 "하루 수천 건씩 들어오는 불만신고를 모두 직접 확인할 수는 없다"며 "이 씨의 묘사를 듣고 고객센터에서 생선껍질로 판단했고, 이 씨도 이해해 상황이 종료된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생선을 갈아 만든 연육이 게맛살의 주재료인만큼 생선껍질이 가끔 들어갈 수 있다"며 "섭취해도 신체에 큰 이상이 없어서 법적으로 이물질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물질을 직접 확인하지도 않은 채 피해자의 구두 묘사만으로 비전문가인 고객센터가 생선껍질로 판단한 셈인데도, 동원F&B 측은 "지침에 따라 대응해 문제없다"는 주장이다.
곰팡이 음료와 커피에 생선껍질 게맛살까지, 어느 하나 안심하고 먹을 수 없는 우리 먹거리 현실에 소비자들의 분노만 쌓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