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많이 들어본(?) 핵시설 안전대책들

사고 반복될 때마다 '재탕·삼탕'…"무마용으로 이용한 뒤 흐지부지"

대전지역 핵시설 안전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대전시와 관련 기관이 '재탕·삼탕' 대책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관련기사 CBS 노컷뉴스 13. 10. 21 대전 핵연료 공장 증설, 주민 간 갈등으로)

사고가 터질 때마다 같은 대책에, 그마저도 말잔치로만 끝나면서 반복되는 논란과 주민 불안, 소모적인 논쟁 등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 대놓고 '재탕 대책'…논의는 제자리걸음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확대하고 주민과 전문가의 대화 기회를 늘리겠다."

대전 유성구 핵연료 공장 증설 문제가 불거진 뒤 윤종준 대전시 안전총괄과장이 밝힌 '대책'이다.

하지만 정작 이 같은 내용을 들은 주민과 시민단체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대책이라는 것.

그도 그럴 것이,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확대는 지난 2006년 연구원 주변 방사성 요오드 검출, 2011년 하나로 원자로 백색비상 발령 등 원자력 관련 사고가 터질 때마다 나온 말이기 때문.

그때마다 '변화' 없이 이내 수그러들곤 했다.


주민과 전문가 간 대화는 이미 대전시와 원자력 관련 기관들이 각종 '협의회' 이름을 붙여 여러 차례 시도한 대표적인 '재탕 대책'이다.

원자로 추가 건설 논란이 일었던 지난 2005년 대전시는 지자체와 전문가, 주민 등으로 구성된 '원자력안전시민협의회'를 구성했지만 파행을 거듭하며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대전시는 2007년 IAEA 사찰용 우라늄 시료 분실로 비판 여론이 일자 이듬해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다시 협의회를 출범,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1년에 1~2차례 회의에 그치는데다 이번 핵연료 공장 증설 논란 당시에도 한전원자력연료㈜와 주민 대표들이 보상 합의로 가닥을 잡은 이후인 7월에야 회의를 여는 등 형식적인 대응에 그쳤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역시 2007년 우라늄 시료 분실 이후 '원자력 시설 안전을 위한 주변주민 협의회'를 운영했지만 '사진 촬영용'에 머물렀다는 지적이다.

협의회에 참가했던 한 주민의 제안으로 관평동에 설치된 방사능 수치 전광판은 현재 아예 꺼진 상태. 이전에도 관리 부실로 수차례 고장이 나면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 '대책 없는' 대책…이번에도?

최근 나온 대책들에 기대감보다 의구심이 더 가는 이유는 또 있다.

한전원자력연료는 지난 1일 주민 대표들과 '주변지역과의 상생발전을 위한 주민협의회'를 발족했다고 밝혔다. '지역주민과의 유기적인 협력체계와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해당 협의회에 참석한 주민 대표는 향후 활동계획을 묻는 기자에게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주민과 전문가 소통'을 원자력안전시민협의회를 통해 강화하겠다고 말하면서도 "협의회는 자문회의 성격이며 소집 역시 시가 아닌 위원장이 하는 것"이라며 책임에는 선을 긋는 모습이다.

고은아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기존에 나온 안전대책들이 사실상 '우리가 이런 역할도 하고 있다'는 기관들의 방패막이로만 이용되고 있다"며 "대전의 경우 연구용 원자로라는 이유로 각종 법적 의무와 책임에서도 제외된 상태"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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