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 원전비리 뒤늦은 사과… 대외 신임도 '하락' 우려

50여 년 동안 국가전력산업의 한 축을 담당해온 LS그룹 최대 위기

LS 타워
LS그룹이 원전 비리 사태에 뒤늦게 사과했지만, 정부의 손해배상 청구와 검찰 수사 속에 대내외 신인도 하락 우려로 위기가 심화될 전망이다.

원전비리 사태에 줄곧 침묵하던 LS그룹이 마침내 사과 입장을 밝혔다.

LS그룹은 20일 신문 광고를 통해 구자열 회장 등 임직원 명의로 “LS그룹 계열사인 JS전선의 원전용 케이블 납품과 LS, JS전선의 입찰 담합 문제로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참담한 마음으로 사죄한다”며 “이번 사태에 따른 모든 책임을 이행하는 데 성심을 다하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거듭 나겠다.”고 밝혔다.

JS전선, LS전선, (주)LS 등 3개 계열사가 나란히 원전 관련 추문에 연루된 LS그룹에 언론과 정치권의 질타가 이어지자 공식 사과를 통해 진화에 나선 것이다.

JS전선의 시험성적서 위조가 알려진 것이 지난 5월말이니 5개월 만의 사과인 셈이다.

그러나 LS그룹의 이런 사과에도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정부와 여당인 새누리당이 형사적인 책임만이 아니라 손해 배상 청구 등 민사상 책임까지 물을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산업통산부 윤상직 장관과 새누리당 김기현 정책위원장은 하나같이 JS전선의 신고리 3,4호기 불량 부품 납품에 대해 “범죄적 행위”라는 극한 용어를 썼다.

“JS전선이 시험 결과를 조작한 수준을 넘어 아예 시험을 하지 않고 시료 자체를 조작했던 명백한 범죄 행위”(윤상직 장관), “명백한 사기이고 범죄행위이며 국민들에 대한 배신행위로 차제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김기현 의원)는 것이다.

업계 주변에서는 불량부품 교체에 따라 원전 3,4호기의 준공이 늦춰지는 바람에 드는 비용이 4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게다가 검찰이 원전 케이블 입찰 가격 담합 혐의로 지난달 LS전선 본사 사무실과 임직원 자택을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대외 신인도 하락이다. 약 8조원에 육박하는 LS전선의 1년 매출액 중 절반이상이 해외물량이다.

비리기업으로 낙인찍힐 경우, 해외 경쟁업체들이 수주 과정에서 이런 점을 적극 활용할 것이고, LS전선의 해외 수주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LS전선 관계자는 “해외 경쟁업체들이 수주 경쟁 과정에서 LS그룹 계열사의 원전 비리 연루 사실이나 품질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사실 이런 여파가 더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가 걸어온 50여 년 동안 케이블 납품 공급 등을 통해 국가전력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원전 문제로 한꺼번에 물거품이 돼 참담하다”고 말했다.

“LS그룹은 초고압 전력선 등 전선계통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글로벌 기업인데, 원전 비리 문제로 이런 경쟁력이 사장되거나 왜곡 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원전 비리의 몸통이 한국수력원자력이고 이에 대한 관리 책임이 정부에 있는데도 LS그룹을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JS전선의 시험성적서 위조와 불량부품 납품 등으로 신고리 원전 3,4호기의 준공 연기를 초래하고, 대주주인 LS그룹이 이를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분명 있다”면서도 “그러나 국민의 불만을 기업 하나로 돌려서는 문제의 본질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50여 년 동안 국가전력산업의 한 축을 담당해온 LS그룹이 위기를 어떻게 넘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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